농가 "업체 책임 회피·불공정 행위"
업체 "농가 관리소홀·샘플 조사중"

▲ 지난해 3월 비닐 갈라짐 현상이 발생한 당시 A동 하우스 모습. (박창민 씨 제공)
▲ 지난해 3월 비닐 갈라짐 현상이 발생한 당시 A동 하우스 모습. (박창민 씨 제공)

마산면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박창민(43) 씨. 지난해 3월 수천만 원을 들여 비닐하우스 2개 동을 업체에 맡겨 준공했다. 고추와 배추 모종을 기르거나 농산물 재배용으로 만든 것으로 A동은 기존 70평짜리 비닐하우스를 100평으로 늘리는 공사였고, B동은 100평짜리 하우스를 새로 지었다.

그러나 시공 후 A동은 지난해 8월, B동은 지난해 12월 비닐이 갈라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비닐하우스를 준공한 지 각각 5개월과 9개월 만의 일이다.

칼로 그은 듯이 하우스를 덮는 비닐이 갈라지는 현상으로 B동은 이중막인데도 같은 피해가 발생했다. 손으로 살짝 잡아당겨도 종이처럼 찢어져 탄력이나 인장강도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A동의 경우 지난해 태풍과 폭설 피해까지 겹쳐 지금은 대부분 비닐이 벗겨지고 찢어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이 과정에서 업체 측의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박 씨에 따르면 A동의 경우 5개월 만에 피해가 발생했는데 피해 사실을 알리자 시공을 맡은 해남의 농자재업체와 천안에 있는 비닐 제조사는 처음에는 기존에 설치된 파이프 녹 때문에 피해가 생긴 것이다고 주장했다.

파이프가 오래된 것은 맞지만 녹이 슬지 않은 것이 확인되자 이번에는 자신들이 제조한 비닐에는 문제가 없지만 AS 차원에서 비닐을 무상 공급하겠다고 물러섰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비닐 샘플 분석 결과 없이는 원상복구는 어렵다고 말을 바꿨다. 비닐을 부식시키는 성분인 유황이나 염소가 기준치를 넘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으로 이번에는 사실상 비닐하우스 관리 소홀을 조사하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이후 지난해 12월 B동에서 똑같이 갈라짐 현상이 나타나 다시 이 같은 사실을 알리자 업체 측은 전과 같은 주장만 하며 비닐 샘플을 가져간 상황이다.

A동 피해가 난 지 4개월 이상 책임 공방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 사이 비닐제조사는 두 번, 하청 시공업자는 한 번 현장을 방문했을 뿐 농자재업체 대표는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박 씨는 "다른 농가들에 확인한 결과 업체 측에서 계속 시간을 끌고 하우스 관리 소홀로 몰고 가 농사철이 되기 전에 어쩔 수 없이 스스로 비닐을 씌우고 보상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전문가가 아닌 농민들을 상대로 업체 측에서 명백히 불공정한 행위를 일삼는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농자재업체와 비닐 제조사는 비닐 샘플 결과가 이달 중에 나올 예정으로 결과에 따라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업체 관계자는 "파이프 노후화에 따른 철제 부식이나, 농약을 뿌리고 비닐하우스를 소독하는 과정에서 비닐을 부식시키는 유황이나 염소가 기준치를 넘어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전산화된 제조 과정에서 비닐 자체에 문제가 있을 확률은 희박한 상황에서 정확한 원인은 샘플을 분석해야 알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B동의 경우 새 파이프로 지은 비닐하우스이고 황이나 염소 성분의 경우 대기 중에도 함유된 데다 무엇보다 수년이 지난 것도 아니고 지어진 지 5~9개월 된 하우스에서 이 같은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명확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 상황이다.

샘플 검사도 비닐 원료를 만들고 제공받는 대기업에 맡기고 있는 상황으로 업체에서 말하는 기준치나 샘플 분석 결과가 농가에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어 제3의 공신력 있는 기관에 의뢰가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전문지식이 부족한 농민들의 경우 업체에서 관리 소홀을 주장하면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이번 기회에 해남군이 직접 정확한 실태조사와 원인 분석에 나서는 적극 행정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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