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채 씨, 매일 서초 후문 출근 '횡단보도 지킴이'
조경섭 목사, 14년째 교통봉사하며 사랑나눔 실천

▲ 등굣길 학생들과 인사 나누는 조경섭 목사.
▲ 등굣길 학생들과 인사 나누는 조경섭 목사.
▲ 해남서초 횡단보도 교통봉사 중인 최경채 씨.
▲ 해남서초 횡단보도 교통봉사 중인 최경채 씨.

"아침은 먹고 왔냐."

학생들의 아침 등교를 책임지고 있는 최경채(59) 씨와 조경섭(60) 목사가 건네는 인사말이다.

학생들의 안전한 등굣길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해남에는 십수년 전부터 이른 아침 학교 앞에서 교통봉사를 하는 최 씨와 조 목사의 활동이 회자되고 있다.

최경채 씨는 10년이 넘도록 해남서초 학생들의 횡단보도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학교 후문에서 오전 7시 40분께부터 한 시간 동안 등교를 돕는다.

최 씨는 고3이 되는 딸이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교통봉사를 시작했다. 우슬재에 위치한 전남도학생교육원에서 근무하는 그는 출근 전 서초 후문으로 먼저 달려간다.

지난 27일 출근길 기온이 영하 3도로 내려가면서 도로의 녹은 눈이 밤새 얼어붙어 안전사고 위험도 그만큼 높았다. 최 씨는 서 있기만 해도 몸이 얼 정도의 강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최 씨는 "봉사를 하다 보면 비가 올 때도 있고 눈이 올 때도 있는데 날씨에 상관 없이 봉사해야 진짜 봉사다"고 말했다.

등교하는 아이들과 출근하는 교사 뿐만 아니라 자녀를 등교시키는 부모들도 최 씨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넨다. 최 씨는 "수년 동안 매일 같이 아이들을 만나기에 키와 덩치가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면서 "정년이 2년 남았지만 봉사활동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봉사는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기도 하지만 봉사자 스스로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기도 한다. 봉사자의 안내를 무시하고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봉사자 바로 옆에 정차해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때도 있다. 최 씨는 "부모들이 자녀를 횡단보도 건너편에 내려주면 스스로 건널 수 있는데 굳이 차를 돌려 봉사자 옆에 아이들을 내려준다"면서 "아이들이 횡단보도로 건널 수 있도록 믿고 맡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남중학교 학생들의 등굣길 횡단보도를 책임지는 봉사자도 있다. 해남중 앞에서만 7년째 교통봉사를 하고 있는 조경섭 로뎀나무교회 담임목사다.

조 목사의 교통봉사는 2009년 해남서초 횡단보도에서 시작됐다. 2013년 해남경찰서로부터 민간 교통안전 지킴이 1호로 교통봉사 인증을 받았다. 2016년엔 서초 학부모들이 교통봉사를 시작하면서 해남중으로 옮기게 됐다. 교통봉사 경력만으로 14년 차이다.

아침에 해남중에 등교하는 학생들이나 지나가는 차량 운전자들, 야쿠르트 아주머니까지 인사를 나눌 정도로 조 목사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조 목사는 학생들의 등교를 책임지는 역할 뿐만 아니라 자녀를 돌보는 아버지와도 같다.

이정희 해남중 교장은 "조 목사님은 존경스러울 정도로 봉사활동을 열심히 한다"면서 "때로는 학교생활에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상담을 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 목사의 노고에 보답하고자 해남중은 이번 겨울이 시작되면서 따뜻한 기모 바지를 선물하기도 했다.

학생들과 인사로 하이파이브를 건네는 조 목사는 "아침에 학생들을 만나 하이파이브로 인사하면 더 친근감이 느껴진다"면서 "앞으로도 여건이 된다면 계속 교통봉사를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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