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임인년(壬寅年) 한 해가 8일이 지나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올해도 코로나19가 물러가지 않았지만 2년 넘게 우리의 삶을 속박했던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어느 정도 활기를 되찾았다. 그런가 하면 농촌에서는 쌀값이 45년 만에 최대로 폭락하고 인건비, 농자재값은 폭등해 시름을 안겼다. 선거의 해이기도 했다.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통해 5월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6·1지방선거를 거쳐 7월에는 민선 8기와 9대 군의회가 출발했다. 해남신문은 저물어가는 2022년을 되돌아보며 지역사회에 파장을 일으켰거나 역사에 남을 이슈를 모아 10대 뉴스로 정리한다. 

 
 

① 쌀값 폭락·영농비 폭등에 무너진 농심

모든 물가가 치솟았지만 사실상 유일하게 쌀값만 폭락했다. 연초 5만 원 하던 쌀값(20㎏)은 줄곧 내리막을 걸으면서 9월에는 4만 원까지 떨어졌다. 45년 만에 최대 폭락에 농민들이 거리에 나섰다. 해남 농민들은 10월 4일 읍 고도리 사거리에서 농민대회를 갖고 쌀값 보장과 영농비 폭등 대책을 촉구했다. △쌀 수입 저율관세할당(TRQ) 운용 중단과 밥쌀용 쿼터 폐기 △쌀 자급률 100% 이상 관리, 시장격리 의무 양곡관리법 개정 △쌀 목표가격 역할하는 공정가격제도 도입 △폭등하는 영농비 특단의 대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농협에서는 지난해 매입한 벼를 처리하지 못해 창고마다 나락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자칫 2022년 벼 수매를 하지 못할 초유의 사태가 우려되기도 했으나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이를 받아들여 위기를 넘겼다. 쌀값이 폭락한 가운데서도 기름값, 비룟값, 영농자재, 인건비 등의 유례 없는 폭등은 농촌의 기반을 뿌리째 흔들었다.

 
 

② 6·1 지방선거… 민선 8기·9대 군의회 출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6월 1일 실시돼 해남의 4년을 이끌어갈 선량이 가려졌다. 6·1 지방선거에서는 해남군수 선거 최초로 무투표 당선, 역대 최저 투표율 등 새로운 기록이 나왔다. 재선에 도전한 명현관 군수는 무경선으로 민주당 후보로 선출되고 본 선거도 무투표 당선됐다. 도의원 해남 1선거구는 민주당 김성일 후보가 무투표로 3선에 성공했으며, 도의원 2선거구는 송지 출신인 무소속 박성재 후보가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옥천 출신 윤재홍 후보를 누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군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비례대표 2석을 모두 차지하는 등 11석 중 9석을 가져가며 민주당 강세를 보였다. 진보당은 3명의 후보를 냈지만 1석도 건지지 못하고 참패했다. 민주당 공천에 반발하며 당을 탈당하고 출마한 2명이 당선돼 무소속이 약진하기도 했다. 그리고 해남의 4년을 책임질 민선 8기와 9대 군의회가 7월 1일 각각 출범하게 됐다.

 
 

③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로 되찾은 일상

행사, 모임 등 일상을 속박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년 1개월 만인 4월 18일 전면 해제되면서 각종 행사와 모임, 경로당 등이 활기를 되찾았다.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도 영업시간과 집합 제한에서 풀려 어느 정도 숨통을 트게 됐다. 각종 행사도 비대면에서 벗어나 무대를 야외로 옮기게 됐다. 11월 11일부터 사흘간 삼산면 도립공원 잔디구장 일원에서 열린 제4회 해남미남축제는 3년 만에 전면 대면행사로 진행됐다. 16만여 명이 찾은 미남축제는 코로나19의 거리두기 해제를 실감나게 했다. 14회를 맞은 명량대첩축제도 9월 30일부터 사흘간 우수영관광지 일원에서 3년 만에 대대적으로 펼쳐졌다. 보통 4월에 열리는 읍면민의 날 행사는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5월 황산을 시작으로 일제히 재개됐다. 읍면민의 날 행사는 격년제로 옥외행사로 열렸으며, 4년 만에 학교 운동장 등에서 대규모로 진행하게 된 것이다. 학교 동문 체육대회, 각종 사회단체의 한마당 잔치 및 생활체육대회 등 한동안 움츠렸던 행사들이 봇물을 이뤘다.

 
 

④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가뭄

해남은 평년보다 비다운 비가 내린 날이 적어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1~2월 겨울철 강수량이 크게 줄면서 마늘과 양파 등 월동작물이 생육 부진을 겪었고 봄에도 가뭄이 이어지면서 천수답 등 농업용수를 확보하지 못한 논에선 모내기가 늦어지거나 일부는 농사를 포기해야 했다. 고구마는 모종이 말라 죽어 다시 심고 참깨와 콩 등은 발아가 지연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가뭄은 가을까지 이어져 배추 등 월동작물 재배가 많은 해남지역은 가을철 농업용수 부족이 잇따랐다. 북일·북평·송지·현산 등 큰 수원지가 없는 지역은 더 큰 곤욕을 겪어야 했다. 광주·전남의 올 여름철 강수량은 평년 대비 58.8%, 봄철 강수량은 평년 대비 66.9% 수준을 보이는 등 1~11월 누적 강수량이 829.3㎜로 평년(1357.1㎜)의 62.1% 수준에 머물며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가뭄 사태를 빚고 있다. 가뭄 사태가 앞으로도 지속될 경우 생활용수에 대한 제한급수도 불가피해지면서 물 절약 실천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⑤ '만호해역' 헌재 각하 이어 대법원 기각

만호해역(마로해역) 김 양식장 어업권 분쟁에 대한 법의 잣대가 기대만큼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10월 27일 만호해역 해상경계 관할권 획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청구 소송에서 각하 결정을 내렸다. 해남군이 청구 소송을 낸 지 2년 만으로, 해상경계 획정이 미완의 과제로 남게 된 것이다. 이어 대법원은 12월 15일 만호해역 행사계약 절차 이행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기각 판결을 내렸다. 해남군수협과 어민들이 진도군수협을 상대로 제기해 2년 10개월 만에 나온 법정 판결이 1, 2심에 이어 최종 패소로 결론이 났다. 이로써 만호해역 김 양식장 어업권을 둘러싼 법정 다툼은 마무리됐다. 분쟁이 된 만호해역 김 양식장 1370ha는 174어가가 생계의 터전으로 살고 있다. 어민들이 어장을 잃게 되면 생계에 큰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 지역경제에도 막대한 악영향을 주게 된다. 대체어장 조성 등 어민 생계를 이어갈 대책마련이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르게 됐다.

 
 

⑥ 2년째 이어진 꿀벌 집단폐사에 양봉농가 한숨

꿀벌 집단폐사가 2년째 이어지며 양봉농가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월동준비 기간인 11월 중순부터 벌통에 가득해야 할 꿀벌이 집단 실종하고 폐사된 채 죽은 응애만 쌓여있다는 피해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해남에서는 지난 겨울 81개 양봉농가에서 전체 벌통의 52%인 1만2000통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올해는 일찍 시작된데다 피해도 더 심한 상태여서 월동이 끝나는 내년 2월께 전체 벌통의 70% 이상이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양봉농가들은 정부와 관련 기관에서 집단폐사의 주된 원인을 응애 때문으로 분석하고 방제약으로 중국에서 수입한 특정 약품을 지원했지만 효능이 없고 내성만 키워 방제가 제대로 안 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농가들은 꿀벌이 계속 사라지면 수정 벌도 없어져 당장 과수농가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국가재난에 준하는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농가들은 양봉농가들의 참여가 보장된 원인 규명과 대체 약제 개발은 물론 정부와 해남군 차원에서 서둘러 피해실태조사와 함께 지원책 마련에 나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⑦ 일회용품 추방 등 곳곳에 번진 '탄소중립'

올해 해남군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탄소중립'이 꼽히고 있다. 군은 연초부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걸어서 출퇴근하기, 분리배출 생활화하기 등 탄소중립 생활 실천 과제 19가지 수칙을 실천하고 있다. 9월부터는 해남군과 해남군의회 청사 내 일회용 컵 사용과 반입을 금지하는 등 일회용품 제로 청사 만들기에도 나서고 있다. 흑석산 자연휴양림도 7월부터 일회용품 반입과 반출을 금지하고 있다. 탄소중립 실천은 지역 내 기관·사회단체로도 이어져 해남YMCA는 1층에 청소년 탄소제로 카페 방·탄을 열고 분리배출 방법을 알려주고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농업분야에서도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모내기 후 논물관리기술을 개발 중에 있는 등 탄소감축에 나서고 있다.

 
 

⑧ 면민의 날에 벌어진 정치인의 추태

9월 23일 삼산면민의 날 기념식에서 윤재갑 국회의원과 박종부 군의원이 고성과 막말을 주고받는 추태가 상당 기간 후폭풍으로 이어졌다. 대흥사에 건립 중인 호국대전 예산을 둘러싸고 고성과 막말이 시작됐지만 두 사람의 정치적 갈등이 공식 석상에서 표면화된 것이어서 논란이 일었다. 삼산면 기관·사회단체들은 주민 화합의 장인 면민의 날에 두 사람이 면민을 무시한 채 추태를 보였다며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두 사람이 차일피일 사과를 미루자 항의 방문과 성명서 발표는 물론 삼산지역 곳곳에 공개 사과와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내걸렸으며 주민소환과 자진사퇴 운동이 예고되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윤재갑 국회의원과 박종부 군의원은 12월 13일 삼산면사무소에에서 열린 삼산면 이장단 회의에 참석해 '깊이 반성한다', '고개 숙여 정중히 사과한다' 등의 표현으로 공식 사과했다. 고성과 막말 사태가 발생한 지 81일 만으로 막말은 쉽고 사과는 그렇게 어려운 것인지 정치인들의 자질 문제가 거론됐다.

 
 

⑨ 잇단 감사원 감사·조사로 드러난 '실추된 행정'

태양광발전시설 인·허가 과정과 땅 투기를 일삼은 농업법인에 대한 관리 등 행정의 허점이 감사원의 감사와 조사에서 드러나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태양광발전시설 건립 과정에서 불거진 주민들의 민원에 감사원 공익감사가 청구돼 해남군은 인·허가 과정에서 잘못된 행정이 무더기로 적발돼 군이 주의조치를 받고 관련 공무원 7명에 대해서는 중징계 또는 주의조치됐다. 2015년부터 2019년 6월까지 산에 태양광발전시설 허가를 내주면서 개발행위허가 없이 산지전용허가만으로 591곳을 승인해줬고,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서 제기된 관계기관의 산지 보전구역 개발행위 제외 의견 등은 반영하지 않는 등 인·허가 과정에서 잘못된 행정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한 본업인 농사 대신 땅 투기를 일삼은 해남의 9개 농업법인이 감사원 조사에서 무더기로 적발됐으며, 이 과정에서 군의 관리·감독 부재가 떠올랐다. 이들 농업법인은 부동산 매매만 한 '가짜'이거나 허위 계획서로 땅을 사 모두 97억 원의 차익을 챙겼다.

 
 

⑩ 해남에도 첫 주택조합아파트 추진

해남에서는 처음으로 지역주택조합 방식으로 아파트 건립이 추진되면서 기대감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해남해리 지역주택조합추진위원회는 옛 동부철제 부근에 317세대의 주상복합아파트 건립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군에서 모집 필증을 발급받아 조합원 모집이 시작됐고 조합 창립과 조합설립 인가, 사업계획승인 신청을 거쳐 2023년 말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토지소유권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을 구성하고 조합원으로부터 분담금을 걷어 부지를 매입해 사업승인을 받아 아파트를 짓는 형태여서 사업이 지연되거나 차질이 생길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에게 떠넘겨지는 구조이다. 이에 조합원 가입 전에 토지소유권 확보 현황이나 조합진행상황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지역주택조합아파트 외에도 400세대 규모의 주공 4차아파트와 291세대 규모의 파크 3차아파트 공사가 2023년 본격화할 전망이어서 아파트 공급과 가격형성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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