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사전 주문 받고 영업 시작 이전 판매
5곳서 4억원 어치 환수… 선의의 피해자 양산
3개월 만의 10% 할인에 희소성이 변칙 자극

 
 

지난 1, 2일 이틀간의 해남사랑상품권 10% 특별할인 행사에서 12억 원에 달하는 지류형 판매가 행사 첫날 대행기관(금융기관)의 영업 시작과 동시에 전량 소진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금융기관 창구에서 줄을 서 구매하려던 주민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예상 밖의 이번 사건은 일부 농축협이 조합원의 사전 구매 요구로 일종의 사재기를 한 때문으로 드러났다. 조합원의 무리한 요구와 이를 뿌리치지 못한 조합의 '합작품'으로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게 됐다. 심지어 일부 조합은 조합원 이익이라는 명분으로 이를 앞장서기도 했다.

△'조기 소진' 과정=해남군은 매일시장 재개장을 기념해 지난 1, 2일 이틀간 35개 판매 대행기관을 통해 1인당 30만원 한도에서 해남사랑상품권 10% 할인판매에 나섰다. 이번 할인행사는 남아있는 국비 지원으로 이뤄지면서 13억2000만원(지류형 12억원, 카드형 1억2000만원)이 소진될 때까지 진행됐다.

하지만 할인행사 첫날 금융기관이 영업을 시작한 오전 9시에 곧바로 지류형 12억원 어치가 소진되면서 구매를 위해 줄을 서 기다리던 많은 군민이 허탕을 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태에 해남군 주무 부서에는 이를 항의하는 전화가 빗발쳤다. 부랴부랴 진상조사에 나선 군은 축협 3곳과 농협 2곳에서 사전 판매라는 비정상적인 행태가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다. 군의 전산망에는 상품권 판매기관의 판매 시간과 수량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지류형 상품권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신청서 작성과 신분증 확인 등의 절차에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 데 오전 9시 이전에 5곳의 금융기관에서 수십 건에서 수백 건의 판매가 이뤄진 것이다. 일부 조합의 경우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개점 시간을 30분~1시간 앞당겼다고 하더라도 '상식'을 벗어난 것으로 파악했다.

일부 금융기관은 판매가 오전 7시 이전부터 이뤄지고 한 곳에선 800건 가까운 수량이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이들 조합은 사전에 조합원의 요청을 받고 영업시간 이전 상품권 판매처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합들이 조합원의 요구를 무시하지 못하고 편법인 사재기에 나선 것이다.

조합 한 관계자는 "조합원의 요구를 외면하기 쉽지 않아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상품권을 사전 주문한 조합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곧바로 환수에 나섰다"고 말했다.

△해남군의 대응=군민들의 항의 전화가 쏟아지자 판매 대행을 하는 금융기관의 판매 현황 점검에 나섰다. 조사 결과 농축협 5곳에서 짧은 시간에 무더기로 판매가 집중된 사실을 확인했다. 어느 축협 한 점포의 경우 793건이 판매되는 등 수십, 수백 건이 비정상적으로 나간 것이다. 당일 취소가 가능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 금융기관에 편법 판매분에 대한 환수조치를 요구해 3억9560만원(1322건)이 취소됐다. 이는 이번 지류형 할인 판매분의 33%에 달한 것이다. 793건을 판매했던 금융기관에서 90%에 가까운 712건을 환수하기도 했다.

군은 문제가 된 금융기관에 대해 기관경고에 나서고 35개 대행기관을 찾아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군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해남사랑상품권 판매 대행기관이 신의성실의 원칙이라는 협약사항을 위반한 것"이라며 "환수된 상품권의 10% 할인예산인 3950만원은 아직 정산하지 못한 카드 할인예치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할인 시기 왜 월초인가=해남사랑상품권의 운영은 한국조폐공사의 프로그램으로 이뤄진다. 이번 할인행사는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매일시장 재개장을 기념하는 명목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재개장 시점에서 시행하는 게 취지에 맞다. 하지만 12월이 시작되는 날에 시작한 것이다. 이는 시스템 제한 때문이다. 취지에 걸맞게 실시되려면 할인율이 5%→10%→5% 절차로 진행돼야 하지만 현 시스템으로는 어렵다는 것이다. 10%→5%의 할인만 가능한 때문에 부득이 할인행사를 앞당기게 됐다.

군 관계자는 "지금의 조폐공사 시스템은 이런 제약이 뒤따라 이를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긴 과제는=해남사랑상품권에 대한 군민들의 관심은 여느 지역보다 높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군 단위에서 가장 많은 1450억 원의 상품권이 발행되고 대부분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재기 파동은 뜸해진 할인 혜택의 희소성에다 판매 대행을 하는 금융기관이 기본원칙을 지키지 않는 데서 비롯됐다. 해남사랑상품권 10% 할인은 올 상반기 내내 이뤄지다 추석 명절이 있는 9월 한 달간 실시된 뒤 사실상 3개월 만에 재개됐다. 해남미남축제 기념 할인행사는 현장에서 실시돼 제한적이었다. 이런 탓에 평상시 5% 할인에서 오랜만의 10% 할인행사가 군민들의 관심도를 높이도록 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해남사랑상품권 판매량은 지류형이 92%를 차지해 어르신들의 높은 관심도를 유추해볼 수 있다. 이번 10% 할인판매에서 카드형(1억2000만원)은 첫날 오후가 되어서야 소진된 점이 이를 말해준다.

이런 편법에 금융기관이 편승한 것은 선의의 피해자 양산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정상적인 절차로 구매하려는 군민들이 피해를 본 것이다. 조합의 입장에서 조합원의 요구라도 원칙에서 벗어나면 과감히 떨쳐내는 등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결국 이번 사재기 파동으로 군민에게 돌아가야 할 4000만원 가까운 할인 혜택이 사장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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