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배추 작년 1/3 수준 '뚝'
절임배추 판매도 절반 폭락
"소득보전 조례 검토" 목소리

올해 김장철 배추값이 폭락하면서 절임배추까지 판매 부진을 겪으며 농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달 30일 2022년 겨울배추 긴급 정부수매비축 구매 공고를 내고 7000톤 규모의 긴급 수매계획을 밝혔지만 가을배추 재고가 저장에 들어가고 겨울배추 생산량도 전년보다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배추값 전망은 여전히 어두운 상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가을배추(10㎏) 도매가격은 전국 평균 6138원으로 1개월 전 7983원보다 1845원 떨어졌다. 전년(9272원)보다는 무려 1/3에 달하는 3134원이, 평년(7327원)보다는 1189원 폭락했다.

이는 김장철 특수가 사라지고 가을배추 공급량까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 가을배추 생산량은 134만톤으로 지난해 대비 16.8%, 평년 대비 4.4% 증가했다.

해남군에 따르면 올해 군내 배추 식재면적은 가을 3071㏊, 겨울 1711㏊ 등 4782㏊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가을배추가 2414㏊, 겨울배추가 2338㏊였다. 올해 식재된 가을배추 중 712㏊는 김장시즌에 맞춰 수확이 가능하면서 배추를 묶을 경우 겨울까지 출하가 가능한 품종으로 실제 가을·겨울 배추 재배면적은 유동적이다.

특히 경기불황에 절임배추 수요도 크게 감소하면서 올해 가을배추 가격 폭락의 여파가 절임배추까지 미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배추가격이 오르자 절임배추를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었지만 올해는 반대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문내면에서 절임배추 유통을 하고 있는 A 씨는 "매년 고정 고객들과 직거래로 절임배추를 판매하고 있는데 올해는 주문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절임배추를 구입해 김장을 하는 소비자가 줄고 배추값 하락으로 일부 절임배추 농가 간 저가 경쟁이 붙으며 해남지역 전반적으로 절임배추 판매가 부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장시즌 전 유통 관계자들이 해남지역의 절임배추를 예약코자 찾아왔지만 지역에서 가격대를 결정하지 못해 타 지역으로 빼앗겼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해남군이 직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해남미소도 지난 10월 말부터 절임배추 20㎏ 기준으로 20% 할인된 4만원에 예약을 받고 롯데마트와 이마트 등과 해남 절임배추 판매행사 등을 기획했지만 판매는 지난해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해남미소 관계자는 "농가와 유통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배추값이 쌀 때는 소비자들이 절임배추 가격이 비싸다고 인식해 직접 절임을 하거나 김치를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배추값 폭락에 병해충도 심각해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농산물의 도매시장가격이 최저가격 이하로 하락했을 때 최저가격의 차액을 지원해 농업인의 소득을 보전해 주기 위해 제정된 '해남군 농업인 소득안정을 위한 소득보전 지원 조례'가 검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제정된 이 조례는 아직도 기금만 조성 중으로, 매년 상반기 위원회에서 최저가격을 결정해 홈페이지 등을 통해 게재토록 하고 있지만 올해 대상 농산물의 최저가격도 고시되지 않으며 유명무실한 조례가 되고 있다.

군은 당초 2020년까지 2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농업 규모가 큰 해남의 여건상 이자수익만으로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어 기금 규모를 오는 2025년까지 500억원으로 확대 조성 중이다. 기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농산물은 가을배추, 겨울배추, 고추, 마늘, 양파, 대파, 무, 감자, 고구마며 필요시 추가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급기준은 농산물당 1회로 한정하고, 지원대상 농산물의 출하시기에 도매시장가격이 10일 이상 연속해 최저가격 이하로 형성될 경우 지급토록 하고 있다.

조례에 따라 기금 목표액 조성 전이라도 이자 발생액 내에서 지원할 수 있지만 기금 원금의 100분의 10을 초과해 집행할 수 없다 보니 재배 규모가 큰 농작물은 실제 혜택을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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