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고양이 사체 등 뒤범벅
텃새와 철새의 먹잇감으로 방치

▲ 고천암호 방조제 주변에 버려진 파이프가 널려있다.
▲ 고천암호 방조제 주변에 버려진 파이프가 널려있다.

고천암호에 각종 쓰레기가 방치되며 이곳에서 서식하는 텃새들과 겨울 철새들이 먹이로 착각해 주워 먹고 피해를 입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고천암호 주변 벼 수확을 마친 논 바닥에는 철새들의 먹이가 되는 벼 낱알들이 떨어져 있고 한겨울에도 호수가 얼지 않는다. 고천암호는 철새들이 알을 낳아 새끼를 키우기 좋은 장소이다. 그러나 최근 철새 뿐만 아니라 텃새들이 고천암호 주변에 떨어진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해서 주워 먹고 있다. 고병원성 AI 차단 방역 때문에 철새도래지 출입이 통제돼 고천암호 안쪽은 확인할 수 없지만 확인 가능한 주변에는 각종 쓰레기가 널려있다.

방조제를 따라서는 담배꽁초, 종이컵, 비닐봉지가 버려져 있다. 심지어 도로변 고양이 사체에는 파리가 들끓었다. 고천암호 자연생태공원 바닥에는 담배꽁초가 가장 많이 발견됐다. 먹다 버린 쌀밥과 종이컵, 비닐봉지, 공사하고 남은 플라스틱 파이프도 있다.

방조제 건너편에도 해양 쓰레기가 널려있다. 데크와 바위 사이에는 로프, 통발이 쌓여 있고, 바위틈마다 담배꽁초나 비닐 등이 박혀 있다.

한국조류학회는 "고양이 사체는 독수리와 같은 맹금류의 먹이가 되고 음식물 쓰레기는 까마귀나 까치가 먹는다"면서 "철새들은 바다에서 먹이 사냥을 하고 민물에서 몸을 씻기 때문에 미세 플라스틱을 먹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다에 사는 갈매기는 해양 쓰레기를 먹이로 오인해 먹는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고천암호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 해남완도지사는 "작년까지 해남군에서 위탁 받아 하천하구 정화사업을 실시했지만 올해부터 해남군이 직접 발주해서 청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천암에 머무는 조류는 54종(미확인종 제외)이며 수금류 33종, 맹금류 5종, 명금류(참새목에 속하는 작은 새) 및 기타 조류 16종이다. 청둥오리, 고방오리, 흰죽지, 큰기러기, 쇠기러기 뿐만 아니라 고니(천연기념물 제201호),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3호), 저어새(천연기념물 제205호), 독수리(천연기념물 제243호) 등과 같이 희귀한 새들도 종종 눈에 띈다. 특히 가창오리는 고천암을 거치는 대표적인 겨울 철새이며 국제 보호종으로 국제자연보존연맹(IUCN) 적색목록에 등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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