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해남군 축산사업소장)

 
 

겨울이 오고 북쪽의 철새들이 한반도의 최남단, 땅끝 해남으로 모여들고 있다. 올들어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는 작년과 비교하여 유럽에서는 약 2.8배 이상 발생하였고 국내에서도 10건이 많은 16개 시·군 농장에서 26건이 발생했다. 전남에서는 지난 11월 중순부터 강진만, 순천만에 이어 장흥, 나주, 고흥 가금농장에서 5건이 발생해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올해 AI 바이러스 오염도가 3.6배나 높고 변이가 심하여 전국의 많은 지역의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는 상황이라 이미 우리 지역의 철새도래지, 소하천, 농경지 등이 광범위하게 오염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에 방역관리 미흡 시 가금농장 유입 가능성이 염려되고 있다.

고병원성 AI의 발생은 주로 겨울 철새의 월동 시기에 발생한다. AI는 보통 직접 접촉하여 전파되는데 분변으로 오염된 차량에 의해 다른 농장으로 옮긴다. 분변 1g이 100만 마리를 감염시키고 3개월을 생존하는데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 이후 발생농장과 반경 500m~1km(현행) 내 가금농장에 예방적 살처분이 내려지기 때문에 해당 농가의 손실과 방역에 투입되는 인력과 비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난 2016~2017년 전국적 발생으로 856개 농장, 3430만 마리의 살처분, 그리고 2090억 원의 방역비용이 투입되었고, 2020~2021년 발생의 여파로 지금까지 시중 달걀값이 20~30% 인상되어 유지되고 있다. 이처럼 AI가 한번 발생하게 되면 지역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대유행처럼 퍼진다.

해남군은 차단 방역의 핵심으로 첫째, 영농기 이후 철새도래지에 대한 사람과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고천암호, 금호호에 통제초소를 운영하고 있다. 둘째, 철새도래지 방역소독을 위해 주 진·출입로 53개소에 생석회 도포와 6개 구간 62km에 걸쳐 살수 방역을 매일 실시하고 있다. 셋째, 가금농장은 야생조류의 접근을 차단하고 야생조류 분변으로 인한 오염을 예방하기 위해 강풍, 눈·비가 올 때에는 환풍창 폐쇄와 축사입구 및 마당 소독, 전실을 이용한 소독 후 출입을 실천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전남의 3개 시·군의 발생실태를 보면 가금농장의 축사 소독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일깨워 준다. 농장마당이나 축사 지붕이 조류 분변으로 광범위하게 오염된 상태에서 바람과 눈·비가 내린 전후이거나 축사 출입을 장화 하나로 하는 경우, 축사 간 출입시 장비소독 미실시, 전실 미운영, 축사 내 로터리 작업시 소독이 안 된 부출입구 및 도로를 출입하여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에 농장소독의 중요성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해남군은 이러한 실정에 맞춰 지역 내 35개 가금 농장주와 상황인식은 물론 방역 실천을 함께하고 있으며, 지역 주민의 농장 방문도 삼가하도록 예방 홍보를 하고 있다.

방역의 핵심은 방역당국 및 지자체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을 경험하며 우리는 소독과 방역이 우리 삶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행정사항 및 방역지침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틀일 뿐, 결국은 주민 스스로 의식 수준을 높여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줬다.

AI 방역 역시 마찬가지다. 축사를 관리하는 농장주, 축산 관련 종사자,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지역의 군민들께서 AI 방역에 대한 경계수준을 높여주고 차단 방역과 예방활동에 모두가 힘을 모아 준다면 올겨울에도 무사히 조류 인플루엔자를 막아 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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