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자(해남고 학부모)

 
 

끝날 것 같지 않던 고3의 긴 터널을 무사히 빠져나오도록 따뜻한 위로의 말을 해주고, 그 말이 마법같이 네 마음에 스며든다면 얼마나 좋을까?

최선을 다해 지금까지 달려왔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너를 믿는다고, 혹시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해도 너무 실망하지 말라고, 나는 너를 단련해 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행복했다고, 그러니 걱정 말고 편안한 마음을 가지라고 말할거야.

너의 마음은 어떨까? 12년의 초·중·고 시간이 단 하루로 평가받고 20살의 첫 시작을 수능이 만들어준 결과로 시작하고 모든 사람이 너를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무섭고 겁이 날거야.

이런 세상을 만들어 놓고 수능이 네 인생을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또 기회는 있다고 말하는 어른들을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몰라. 그런데 어른들의 그 말은 사실이란다.

엄마도 30년쯤 전에(네가 생각하기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 대입 시험을 치르면서 너처럼 초조하고 힘들었단다. 대학만 가면 내 인생이 보상받을 줄 알았어. 그런데 지금 전공대로 살지도 않으며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않았다.

좌절은 또 다른 무언가를 찾게 하는 힘이 있더라. 내가 드디어 엄마가 되었을 때 또 기회가 온 걸 알았단다. 지혜로운 엄마가 되고 싶었고 그것이 나를 노력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너의 엄마라서 행복하다.

열심히 공부해본 경험이 있었지만 성실히 꿈을 향해 나아가지 않으면 꿈을 이루기 어렵다는 걸 알았고, 내가 그 당시 생각했던 꿈이라는 건 단순한 직업이었더구나. 어떻게 살고 싶었는지에 대한 성찰은 직업으로서 꿈을 접은 후엔 찾아왔단다.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합격하면 기쁜 일이지만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란다. 네가 수능이 끝나고 그동안 스스로 많이 사랑해 주지 못했던 너를 쓰다듬으면서 네가 얼마나 많이 성장했는지 알아챈다면 수능으로 지친 심신이 작은 위안을 얻을 수 있을거야.

행복은 미래의 시간에 있지 않은 것 같더구나. 그래서 나는 너에게 조금만 참으라고 말하지 않았던 것 같아. 너도 그걸 알았고 스스로 단련해 나갔지.

혹시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니? 그럼 좋겠지만 아니면 다시 풀고 채우면 된단다. 겨우 단추 한 개 정도 잘못 채운 거니까.

자~이제 다 왔어. 이 시험이 끝나 낭만적인 겨울이, 크리스마스가 기다리잖아. 그동안 고생한 너를 칭찬하길. 시험 끝나고 나온 널 꼬옥 안아준 모든 사람을 기억하길.

사랑한다, 우리 아들, 딸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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