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늦은 저녁을 먹고 집으로 가는 길. 평소엔 관심 없던 달이 우연히 눈에 들어왔다. 심상치 않은 어두움, 마치 영화에서 볼 법한 음침한 기운이 맴돈다. 달이 서서히 어두워지더니 금세 붉게 물들어 버렸다.

지난 8일 초저녁,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져 붉게 물드는 개기월식과 달이 천왕성을 가리는 '천왕성 엄폐' 현상까지 펼쳐지며 보기 드문 우주쇼가 펼쳐졌다. 이미 달이 변화되는 모습이 뉴스를 통해 중계됐고, 사람들은 모처럼 하늘을 바라보며 자연의 신비로움에 흠뻑 빠지는 시간이 됐다.

개기월식 때 달은 평소보다 검붉은 빛을 띠어 '블러드문(blood moon)'으로 불린다. 이는 햇빛이 지구 대기를 통과하면서 굴절돼 달을 비추는데, 이때 파장이 짧은 푸른빛은 흩어지고 파장이 긴 붉은 빛이 달에 도달해 붉게 보인다고 한다.

단톡방 여기저기서 붉은 보름달 사진이 올라온다. 예고된 우주쇼이지만 뒤늦게 탄성이 터져 나오며 동쪽 창이 없는 곳에선 밖으로 나와서 사진을 찍고 올린다. 그런데 사진이 가로등을 찍은 건지 달을 찍은 건지 구분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스마트폰으로 달을 찍는 법을 간단히 얘기하자면 노출을 최대로 줄여야 한다. 스마트폰은 밝은 곳과 어두운 곳에서 피사체가 잘 나오도록 노출을 자동으로 조절해준다. 일반 야경을 찍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어두운 하늘에 홀로 떠 있는 달을 촬영하기 위해선 렌즈로 들어오는 빛을 최대한 적게 해야 한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달을 비춘 후 줌을 해준다. 그리고 화면에서 달 부분을 한번 터치해주면 초점과 노출이 맞춰지는데 화면을 아래로 드래그하면 점점 어두워져 달의 표면이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모처럼 따뜻했던 저녁, 말 그대로 '달멍'이었다. 걱정과 근심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 홍시 닮은 붉은 달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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