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법 못찾는 만호해역 김 양식장 갈등

 
 
▲ 만호해역 김 양식 어업권 분쟁이 격화되자 지난 2020년 9월 해상집회에 나선 해남·진도 어선들이 뒤엉키며 아수라장이 됐다.
▲ 만호해역 김 양식 어업권 분쟁이 격화되자 지난 2020년 9월 해상집회에 나선 해남·진도 어선들이 뒤엉키며 아수라장이 됐다.

헌재 권한쟁의심판 청구 기각 결정
해남군, 자치침해 경우 재청구 입장

전남도 중재에 양측 기존 입장 팽팽
대법원 최종 판결에 촉각 곤두세워

만호해역(마로해역)의 김 양식장 어업권 분쟁은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한 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해남군이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이 각하 결정으로 나오며 해상경계 관할권이 미완의 과제로 남게 됐다. 이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려야 하지만 1, 2심에서 패소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전남도의 중재로 진행되고 있는 해남과 진도 어민 간의 협의를 기대해야 하지만 이 또한 양측의 주장이 기나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헌재의 각하 결정을 계기로 만호해역 어업권 분쟁의 진행 과정을 살펴본다.

 

요건 갖추지 못해 '부적합' 결정

△헌재 결정 내용과 의미= 헌재는 해남군이 진도군을 상대로 청구한 만호해역 해상경계 관할권 권한쟁의심판에서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는 제기된 소송이 절차나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부적법하기 때문에 심리를 하지 않고 재판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해남군은 진도군이 지난 2020년 5월 13일과 7월 1일 두 차례의 분쟁해역 어업면허처분(허가)과 오는 2030년 예정된 장래처분이 해남군의 관할해역이므로 무효라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분쟁해역이 진도군의 관할이라는 불문법상 해상경계선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입장은 헌재가 지난 2015년 7월 국가기본도상 해상경계선을 불문법상 해상경계선의 기초로 삼을 수 없다는 결정에 근거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만호해역 동쪽 해역은 해남군의 관할해역으로 획정해야 하고, 그렇다면 진도군의 2020년 어업면허처분으로 해남군이 자치권한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어업면허처분의 유효기간이 10년이므로 오는 2030년 장래처분도 2020년 진도군이 자신의 관할에 속한다며 내렸던 어업면허처분과 같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결국 권한쟁의심판 청구의 골자는 만호해역의 해상경계선을 등거리 중간선 원칙에 준해 획정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헌재의 판단은 달랐다. 헌법재판소법에서 권한쟁의심판은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 그 사유가 있은 날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해남군이 청구한 날(2020년 10월 28일)이 안 날로부터 60일을 경과했다는 것이다. 헌재는 이런 판단의 자료로 여러 가지 제시했다. 진도군수협이 2019년 6월부터 11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해남 어민들의 어업면허 행사권한이 2020년 6월 7일까지이므로 그 때까지 시설물들을 모두 철거해달라는 마로해역 면허지 만료예정' 통보를 반복했고, 해남군수협은 2019년 10월 진도군수협에 만료일 이후에도 행사계약을 체결해 어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내용의 '마로해역 면허지 행사 계약에 관한 요청' 등을 했다. 또 해남군의원은 해남 어민들이 2020년 2월 진도군수협을 상대로 어업권 행사계약 절차 이행을 구하는 소송을 내자 같은 해 6월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고, 해남군이 해양수산과장 명의로 같은 해 8월 전남도와 간담회에서 원만한 협의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헌재는 이런 사실에서 해남군이 최소한 2020년 8월 10일께는 분쟁해역의 자치권한이 침해될 것이라는 사정을 알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60일 이내의 청구기간(10월 10일께) 도과(경과)로 부적법하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장래처분 심판청구에 대해서도 부적합하다며 각하했다.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로 다수 의견(재판관 9명 중 6명)을 제시했다. 진도군의 어업면허처분 면허기간이 오는 2030년 6월까지이며, 심판청구일(2020년 10월)로부터 약 10년이 경과한 상황까지 미리 상정해 해남군의 권한을 사전에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3명의 재판관은 장래처분에 대한 심판청구가 적법하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분쟁의 경위를 보면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어업면허처분이 만료되는 2030년 6월에도 진도군의 장래처분(연장허가 및 기속행위)이 확실하게 예정되어 있고 이에 따라 자치권한이 침해될 위험성이 있다고 봤다. 따라서 예외적으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되고 장래처분에 대한 청구기간도 문제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결국 두 사안에 대한 헌재의 각하 결정은 진도군이 유사한 면허처분을 하면 해남군이 재청구를 하는 여지를 뒀고, 해남군도 만호해역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재청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해남군 관계자는 "헌재가 장래처분에 대한 권한침해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인 사실판단 없이 부정한 것은 아쉽다"면서 "분쟁해역의 해상경계 획정이 아니기 때문에 어민과 협의를 통해 향후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1·2심 패소해 대법원 기대 어려워

△법정 분쟁= 현재 진행 중인 만호해역의 법정 다툼은 어업면허권을 가진 진도군수협이 10년간의 어업면허 행사권한이 만료되는 2020년 6월까지 해남 어민들의 시설물을 모두 철거해달라는 통보(2019년 6월)를 하면서 시작됐다. 해남 어민들의 김 양식어장(1370ha)을 반환해달라는 것이다. 이에 앞서 정식 어업면허로 변경된 2000년 진도군수협이 면허권을 갖고 해남군수협이 행사계약을 통해 해남 어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양식산업발전법에는 면허 유효기간을 10년으로 하고 있으며, 10년의 범위 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 진도 측에서는 면허가 만료된 2010년에도 어장반환을 요구하는 법정 다툼이 있었으나 법원이 2020년 6월까지 어업권을 행사하도록 중재가 이뤄졌다.

해남 어민과 해남군수협은 2019년 6월 '2020년 6월 면허기간 만료'를 통보받자 진도군수협을 상대로 어업권 행사계약 절차의 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2020년 2월 광주지법 해남지원에 제기했다. 이에 진도 어민들도 어장 인도 청구 소송을 내 법원에서 병합사건으로 진행됐다.

1심 재판부인 광주지법 해남지원은 "해남 어민과 해남군수협은 진도군수협에 어장을 인도하고 김 양식시설물 철거를 이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2011년 법원 조정 당시 해남 어민들이 한시적인 면허기간을 연장받은 것으로 영구적인 사용은 아니라고 판결한 것이다. 2심 재판부인 광주고법도 지난해 10월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판결을 인용한다며 항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 소송을 낸 해남 어민과 해남군수협이 1, 2심에서 모두 패소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대법원 확정 판결을 남겨두고 있다. 대법원 판결이 언제 나올 지 알 수는 없지만 해남 어민과 진도 어민은 대법원 판결 결과에 무조건 따르기로 협의한 상태이다. 확약서에는 대법원 판결 전까지 해남 측에서 사용하고 있는 양식어장에 대한 행사계약을 하고 해남 측이 승소할 경우 어업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해남이 패소할 경우 양식장에 설치된 모든 시설물을 완전 철거하고 양식장을 인도하기로 했다. 7월까지 해남 어민이 패소하는 대법원 판결이 날 경우 새로운 양식 어업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이후 어업권과 관련해 어떠한 행태의 청구나 방해를 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1, 2심에서 잇따라 패소한 해남 측이 대법원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다.

어민 은퇴 후 어장 인도 '불가'

△어민 간 쟁점사항= 법정 다툼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전남도의 중재로 해남 어민과 진도 어민간의 협의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 한 발짝의 진척도 없는 답보상태에 놓여있다. 지난달 21일 우수영의 한 식당에서 양측 대표 각각 3명과 전남도 관계자 3명 등 9명이 만났으나 기존 입장만 재확인하고 끝났다.

양측의 최대 쟁점은 영구 사용과 관할구역 인정이다. 해남 어민들은 만호해역 김 양식장 영구 사용을 주장하고 있고, 진도 어민은 진도 관할구역임을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전남도는 진도 어민의 주장을 토대로 중재안을 제시하고 있다. 도의 중재안은 △현재 책당 연간 2000원인 행사료를 2만75원으로 10배 인상(현재 1만6438책 기준으로 총 3억3000만원) △만75세 이상 해남 어민 은퇴 후 어장 진도 이양 △진도 측 소송비(2억7500만원) 해남 측 부담 △진도 어민이 추가 구입한 2023년도 김 양식 자재를 해남 어민 매입 △매년 상생협력금으로 진도 측에 7억원 지원 등 5개항으로 이뤄져 있다.

이에 대해 해남 어민들은 은퇴 후 어장을 인도(반환)하라는 주장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나머지 중재안에 대해서는 협의 과정에서 조정을 할 수 있지만 어장 반환은 결국 어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진도 어민 뛰어들어 분쟁 시작

△어업권 분쟁 역사= 해남 어민들은 지난 1982년 송지면과 진도군 고군면 사이에 위치한 만호해역을 개척해 처음으로 김 양식을 시작했다. 해남 어민들이 김 양식을 하며 높은 소득을 올리자 진도 어민들이 뛰어들면서 1994년 분쟁이 시작됐다. 진도 측이 관할해상을 주장하며 어업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을 벌인 것이다. 당시 해남과 진도 어민들이 1536ha씩 나눠서 김 양식을 하도록 한정어업면허를 받으며 일단락됐으나 해당구역이 정식 어업면허로 변경된 2000년에 갈등이 재발됐다. 결국 2011년 법원의 조정으로 해남 어민들이 사용하는 1370ha에 대해 2020년까지 권리를 행사하고 진도에는 그 대가로 같은 면적의 양식장을 새로 개발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하지만 어업면허가 완료된 2020년을 앞두고 진도 측이 어장 반환을 요구하면서 해묵은 갈등은 다시 법정 싸움으로 이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분쟁이 되는 양식장(1370ha)은 해남 전체 김 양식장의 14%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으며, 이곳에서 174어가가 김 양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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