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수(국가공인예절지도사회 전남회장)

 
 

나라 말씀이 중국과 달라 한자와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 일반 백성이 알고자 하나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한 자가 많은지라. 내 이를 불쌍히 여겨 새로 28자를 만드나니 사람마다 쉽게 학습하여 사용하는 데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훈민정음 서문이다.

우리글인 한글은 세종대왕이 집현전 학자(정인지, 성삼문, 박팽년, 신숙주, 이개, 최항)와 함께 열정을 쏟아 연구한 끝에 1446년 훈민정음을 반포하게 된다. 올해가 한글을 반포한 지 576돌을 맞았다. 역사적으로 보면 1926년 9월 29일(음력) '가갸날'로 지정했고 1928년 한글날로 이름을 바꾸었다. 1945년 광복 이후 한글날을 10월 9일로 지정하고 2006년부터 국경일로 시행하고 있다.

지구상에는 무려 4000개의 언어가 존재한다. 이 중 문자는 55개 정도만 있다. 영국의 옥스퍼드대학에서 세계 모든 문자를 놓고 합리성, 과학성, 독창성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 적이 있는데 한글이 1위에 올라 세계 여러 학자가 한글의 우수성을 인정했다.

유네스코에서는 매년 문맹에 공이 큰 사람을 선정해 상을 주는데 그 상의 이름이 '세종대왕 문해상'이다. 얼마나 영예스러운 일인가. 문자를 개인이 창제한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고 만든 시기, 목적, 사용법 등이 기록으로 남아있는 사례도 한글이 유일하다. 이렇듯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한글의 우수성은 대략 3가지로 분류한다.

첫째, 과학성이다. 글자의 창제 원리와 글자의 모양 사이가 인과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자음의 기본글자 5개는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둘째는 풍부한 표현력이다. 거의 모든 발음을 표현할 수 있고 현존 문자 중 가장 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다. 일본어 300개 정도, 중국어는 400개 정도인데 비해 한글은 8800개에 이르는 표현이 가능하다.

셋째는 배우고 쓰기 쉽다는 것이다. 소리글자 중에서 가장 발달한 문자이다. 글자 하나하나를 소리 내고 모음 10자에 자음 14자, 받침 27종의 구성 원리가 간단해 배우기 쉬운데다 잊어버리지 않은 장점이 있다.

이렇듯 우리의 좋은 말이 있는데도 외래어를 쓰는 사람이 날로 늘어나는 추세이다. 또 요즘에는 단어를 다 말하지 않고 줄여 말하는 줄임말이 유행해 우리말을 좀먹고 있다.

우리 국민이 각성하지 않고 이 상태로 나아간다면 앞날이 어둡다. 지식인들이 앞장서 막아야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이다. 조선시대 사대부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일반 백성이 글을 깨우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봄이 타당할 것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자국어를 유달리 아끼고 사랑한다. 도로표지판, 교통안내판에도 영어를 찾아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행인이 영어로 길을 물으면 프랑스어로 답을 한다. 외국인에게까지 프랑스어를 고집한다. 자국어 사랑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한데 우리는 훌륭한 글, 좋은 말을 가지고 있는데도 이를 가꿔나가기는커녕 되레 망쳐가고 있는 것 같다. 이틀 후로 다가온 한글날(9일)에 즈음해 안타까운 마음으로 푸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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