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호(해남군 기후변화대응지원단장)

 
 

지난해 우리 지역을 휩쓸었던 기록적인 폭우가 지나가고 올해는 계속되는 가뭄으로 수많은 농업인이 애타는 시간을 보냈다. 기후 위기가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날씨에 직접 영향을 받는 농업은 체감 정도가 남다르다. 또한 식량 생산이라는 농업의 근본적 기능은 농업이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가장 앞서 준비해야 하는 이유를 나타낸다. 농업인 인구가 전체의 약 28%인 해남군은 더욱 특단의 대응책이 필요했다.

2018년부터 기후변화 대응 농업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다양한 대안을 검토한 결과 삼산면 일대에 농업연구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후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사업에 선정되기 위하여 군민, 군의회, 지자체의 서명운동, SNS 캠페인, 지속적인 사업 건의 등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였다. 그 결과 농식품 기후변화대응센터 유치를 이뤄냈다.

이후 해남군은 체계적인 업무 추진을 위한 기후변화대응지원단을 신설하고 대응센터 설립 지원과 연구단지 조성을 총괄하도록 하였다.

이와 함께 탄소중립에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한 저탄소 농업 활성화를 지원한다. 올해 처음으로 저탄소 농산물 인증사업에 대한 농가 컨설팅을 지원하고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담당자를 초청해 농업 분야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농업인 교육을 진행하였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처음 시행한 '저탄소 벼 논물관리 기술보급 시범사업'에 순천대학교와 손잡고 전남도 대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계곡면 일대 120ha 가량의 논에서 논물관리에 따른 메탄 배출량을 측정하고 향후 다른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시범 필지는 3년간 연구를 계속한다.

해남군은 저탄소 농산물의 판로 확대와 소비 촉진을 위한 방법도 구상 중이다. 내년에는 저탄소 농산물 브랜드 개발과 소비 촉진 행사 등을 계획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는 메타버스를 이용한 판매 전략도 함께 고민 중이다.

해남군은 농식품 기후변화대응센터를 유치함으로써 기후변화 대응 농업 거점으로 거듭나기 위한 초석을 다졌다. 또한 대응센터를 포함한 기후변화 대응 농업연구단지도 하나씩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해남은 국내 농업의 기후변화 대응 시작점이자 선도 지자체가 되기 위해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 이제는 농업인, 더 나아가 군민과 함께 생산, 유통, 소비까지 2050 탄소중립에 가장 먼저 다가가기 위한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어느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목표이다. 전 군민의 관심을 바탕으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생산자와 소비자의 노력이 함께 한다면 해남군은 농가소득 증대를 넘어 기후변화 대응 농업을 선도하는 핵심 거점으로 당당히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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