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따른 일손 부족이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진 것은 어제오늘의 문제만이 아니다. 그렇지만 수확철인 요즘 해남에서 일당이 17만~18만 원까지 치솟아 농가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

지금 해남은 가을배추와 겨울배추 모종 정식이 막바지에 접어들었고 고추와 고구마 수확도 한창이다. 이런 농번기에 하루 인건비가 17만~18만 원까지 치솟고 이마저도 마음대로 일손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화산의 한 고구마 농가는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려고 인력사무소에 문의하자 17만 원의 일당을 달라고 했다. 얼마 전까지 12만~13만원 하던 하루 품삯이 며칠 사이 4만~5만 원이나 뛴 것이다. 이런 높은 일당에 고구마 수확을 나중으로 미뤄야 했다. 이 농가는 3차까지 땄던 고추 수확도 4차를 사실상 포기했다. 고추의 일반 판매가는 근당 8000~9000원으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한 사람이 하루에 10포대 이상을 따야 수지가 맞지만 4차 수확부터는 5~6포대밖에 안돼 인건비도 건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올해 초 설문조사에서 해남의 농가들은 적당한 인건비 수준이 8만~ 10만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실제 부담해야 하는 일당은 이보다 2배 가까이 되고 있는 것이다.

농가들은 천정부지의 인건비가 무허가 직업소개소의 부추김 때문으로 보고 있다. 불법 소개소는 농가로부터 17만~18만 원을 받아 6만 원 정도를 수수료 명목으로 뗀 뒤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11만~12만 원만 지급한다는 것이다.

정식 등록된 소개소 관계자에 의하면 요즘 농촌 일당은 15만원 수준으로 책정되어 있다. 이들 소개소는 일당의 10%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등록업체 한 관계자는 무허가 업체가 난립하면서 인건비를 부추기고 있는데 애먼 정식 등록업체가 욕을 먹고 있다고 하소연을 했다. 그러면서 농촌 인력난을 감안해 묵인하고 있는 불법 업체에 대한 행정 당국의 단속과 점검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건비 폭등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인력 공급에 있다. 이를 빌미로 무허가 공급업체들이 멋대로 인건비를 올리고 있다. 이참에 지자체는 무허가 직업소개소에 대한 실태점검을 하고 불법적인 영업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 농번기 일손 돕기와 안정적인 인력 공급에도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지금 농촌은 영농 자재값과 인건비가 급등하고 쌀값은 폭락하는 등 3중고, 4중고를 겪고 있다. 좀 더 세심한 관심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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