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진(전국쌀생산자협회 해남지부 사무국장)

 
 

쌀값이 45년 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하고 있는데도 쌀값 안정 예산은 편성하지 않으면서 40만8700톤의 쌀 수입을 위해 1222억 원의 예산 증액안만을 낸 농림축산식품부의 정체성이 궁금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 '6월 물가안정 목표 운영상황 점검'을 보면 전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과 식량 가격 급등, 공급망 차질 등으로 국내 물가가 상승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 지금 물가 상승의 주원인은 달러 강세와 1400원대를 위협하는 한화 가치 하락이다.

하지만 정부는 물가안정이라는 성과를 내기 위해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부터 지금까지 인위적으로 국내 농산물 가격하락뿐인 '눈 가리고 아웅 식' 정책만으로 일관하고 있다. 쌀 통계 이후 최대폭으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도 수입쌀을 계속 방출하고 할당관세 0%와 TRQ(관세할당제도) 증량만을 물가정책으로 내놓고 있다. 여기에 국내 가격요인으로 운용하지 않았던 마늘, 양파 등의 TRQ도 운용하고 있다.

한번 돌이켜 보자. 사료를 포함한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20.2%이고 OECD 평균은 102%이다. 할당관세 0% 작물은 대부분 자급률이 1%대 미만이거나 수입산 때문에 자국의 생산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고 판단하여 WTO 협상이나 FTA 협상에서 민감품목으로 보호하기 위해 국력을 쏟아부었던 품목들이다.

보호해야 할 품목과 작물의 수입 확대로 인한 기반 붕괴는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훼손시키고 이는 결국 식량 위기로 국민이 책임져야 한다. 때문에 현 정부의 이러한 정책은 소탐대실의 전형일 뿐이다.

전체 농민 90% 이상이 경작하고 농가소득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쌀값의 폭락은 한국농업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은 주곡인 쌀을 통해 그나마 식량 위기를 직접 경험하지 않고 있다. 그런 쌀의 인위적 가격하락 정책은 정부가 농업을 식량을 생산하는 기초산업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뒤늦은 시장격리, 최저가 입찰, 수입쌀 방출 지속, 할인쿠폰 대대적 방출 등 이제껏 정부가 보여준 정책은 물가안정을 위한 인위적 쌀 가격하락 정책뿐이다.

여기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40만8700톤에 달하는 수입쌀의 무분별한 방출이다. 그런데 정부는 수입쌀을 안정적으로 사오기 위해 2023년 수입쌀 가격 인상과 환율을 고려하여 1222억200만원의 예산을 증액해서 편성했다. 가히 농림축산식품부가 아니라 농림축산식품수입부로 명칭을 바꿔야 할 지경이다.

WTO 규정에 의하면 각국은 TRQ 운용에서 수입 가격 상승에 따라 물량을 소진하지 못하거나 국내 가격하락으로 운용을 중단할 수 있고 이를 국제사회에 소명하면 된다. 그럼에도 현재 폭락하는 쌀값 대책 예산은 편성도 하지 않으면서 쌀값 폭락의 주원인인 수입쌀을 안정적으로 들여오기 위한 예산만 편성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

우리 농민들은 지난 2016년 쌀값 대폭락을 경험한 바 있다. 지금의 가격 폭락을 2016년과 동일시해서 정부가 판단하면 큰 오산이다. 올해는 필수 영농자재인 비료가 150%, 면세 유류는 100% 폭등하였고 인건비는 120%가량 상승한 상황이라 2016년과 차원이 다르다.

더이상 정부는 농민을 우롱하지 말아야 한다. 쌀 가격 보장과 안정을 위한 예산 편성과 쌀 수입을 위한 증액 예산 전액을 폐기하고 생산자인 농민을 위한 부처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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