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상금(전 서울시의원)

 
 

지난 18일은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 13주년 추모 일이다. 13년이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지만, 8월이 돌아오면 여전히 김대중 대통령이 그리워지고 보고 싶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여야간 정치 논쟁이 격렬해 김대중 대통령의 뛰어난 국정운영과 지도력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더구나 수그러들 줄 모르는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생한 세계적인 극심한 경제난과 에너지난이 맞물려 정치적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때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여야 정치현실은 갈팡질팡하고 오락가락한다.

그래서일까. 이전에 읽었던 한겨레신문 박찬수 논설실장의 칼럼(2019년 1월 1일자)이 마치 역사책의 한 페이지처럼 다가온다. 박 논설실장은 취재 일선에서 뛰던 시절에 겪은 일을 토대로 '디제이 수칙 15개항을 읽으며'라는 글을 썼다. 이 글에서 국정운영과 관련된 이런저런 사항을 소상히 밝히고 있다. 그는 서두에서 국정노트에 적혀 있던 '디제이 수칙 15개항'이 언제 무슨 계기로 작성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IMF 혹은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던 98~99년 무렵으로 추측하면서 스스로 돌아보는 대통령의 자경문처럼 보인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으로서 감내해야 할 책임감의 무게까지 엿볼 수 있다고 적고 있다. 물론 15개항이 빠짐없이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국민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① 사랑과 관용-그러나 법과 질서는 엄수해야 ② 인사 정책이 성공의 길-아첨하는 자와 무능한 자는 배제 ⑤ 불행한 일도 감수해야-다만 최선을 다하도록 ⑦ 국민의 애국심과 양심 믿어야 ⑧ 국회와 야당의 비판 경청-그러나 정부 짓밟는 것은 용서 말아야 ⑨ 청와대 이외의 일반 시민과의 접촉 힘써야 ⑩ 언론보도 중시하되 부당한 비판에 소신 바꾸지 말 것 등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떠난지 벌써 13년, 육신은 흙으로 돌아가 목소리는 들을 수 없고 천진한 웃음도 볼 수 없다. 그러나 아직도 대통령이 열망했던 사람 사는 세상의 완성은 멀다.

지난해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분류하여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의 경제 규모 또한 세계 10위권으로 우리나라는 이제 완전한 선진국이다. 그렇지만 정치현실 만큼은 막막하기 그지없다.

역사학자 최태성은 저서 '역사의 쓸모'에서 '삶이란 문제에 역사보다 완벽한 해설서는 없다'고 했다. 또 김대중 대통령이 정치 신인 시절에 가슴에 새겼다는 토마스 제퍼슨의 '과오를 개혁하려는 자들에게 순교의 횃불을 들어 준다는 점에서 정치는 종교와 같다' 역시 나는 역사의 쓸모라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