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옥(해남군의회 산업건설위원장)

 
 

제9대 해남군의회 임시회가 한창인 지난달 말 한 농민이 의회를 찾았다. 이 분은 밭작물 재배를 위해 지난 6월 외국인 계절근로자 7명을 배정받았으나 모두 야반도주하는 바람에 농사일이 막막하다는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와 사이도 나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을 원망하기보다 필리핀 현지에서 관광업체 등을 통해 근로자를 모집하다 보니 입국 항공료 등의 빚을 지고, 필리핀 업자나 한국에 이미 입국한 다른 외국인 근로자 등을 통해 소개받은 브로커에게 갖은 명목으로 수수료를 떼이고 있어 안타깝다며 그들의 처지를 연민했다.

올해 해남군에 입국한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필리핀 산타로사시에서 66명, 코르도바시에서 20명 등 86명으로 이 중 반이 넘는 51명이 이탈했다. 가정사 등으로 자진 귀국한 8명을 포함하면 59명이 농가를 떠난 것이다. 전국적인 상황도 심각하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작년 11월 1일 기준으로 463명의 외국인 계절근로자 가운데 이탈한 수는 313명으로 이탈률이 67.6%에 이른다.

외국인 근로자가 작업장을 이탈하는 것은 처음부터 빚을 지고 시작해 빚을 갚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는 구조적 원인이 문제이다. 전국의 63개 지방자치단체가 계절근로자를 도입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지방자치단체가 해외 자매도시와 협약을 맺고 많은 근로자를 한꺼번에 데려오는 것이다. 63개 시·군 중 MOU 방식의 한 가지만 활용하는 시·군은 해남을 비롯해 19곳에 달했다.

그러나 지금의 MOU 방식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은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자매결연을 한 해외 도시가 행정력을 통해 직접 근로자를 모집하는지도 불분명하고, 이탈 시 페널티 부과나 방지대책도 없다. 평창군 등 일부 지자체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 통역, 관리 등 전담 인력을 조직했지만 우리 군을 비롯한 대다수 지자체는 전담 인력이 없다.

이에 외국인 계절근로자제도를 국가 대 국가 차원으로 책임지고 도입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입국부터 교육까지 책임지고 관리한다면 불법체류의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당장 법과 제도의 문제가 있다면 전라남도 국제협력관실에서 발 벗고 나서서 시·군 지자체의 MOU 체결부터 계절근로자 도입까지 도움을 주어야 한다.

둘째는 다문화가족의 추천을 받아 모국에 있는 이들의 친척을 초청하는 것이다. 셋째는 국내에서 체류 중인 외국인을 모집하는 방식이다.

다문화가족이 계절근로자를 초청하여 운영하는 시·군은 10곳이다. 어업과 수산 분야에서만 다문화가족의 추천을 받는 곳은 영덕군과 진도군이며 국내 체류 외국인만을 선발하는 도시는 파주시, 곡성군 등이다. 평택시는 다문화가족이 농가에 직접 연락해 농가와 먼저 계약해야 한다. 다문화가족의 가족 초청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결혼해서 한국에 정착한 다문화가족의 도움과 연고로 이탈률을 줄일 수 있다.

올해 공공형 계절근로자 시범사업이 도입되었다. 상반기에는 무주, 임실, 부여, 고령군이 선정되어 40~100명의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해당 지역농협에서 고용하여 농가에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농군(農郡)인 해남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너무나 크고, 농촌인력 문제는 지역의 지속가능성과 공동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해남군은 조직개편을 통해 전담 인력을 조직하고 지역농협과 함께 관련 대책을 꼼꼼하게 세워 농촌에서 일손 걱정 없이 맘 편히 농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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