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순(커커필드-학교해남 대표)

 
 

많은 이웃과 친구들이 마실을 오고 있다. 타 지역에서, 옆 동네에서, 해남에 사는 친구와 지인이 '나'를 만나러 왔다가 다른 풍경과 분위기에 매료된다고 한다. 흐르는 시냇물과 이곳저곳에 펼쳐지고 단아하게 앉아있는 역사적, 예술적 장소들, 즉, '우리의 일상'을 발견하게 된다. 궁금해서 와보게 되고 마을에서 며칠을 지내면서 차근차근 알아가는 자연스러운 방법이기도 하다.

해남을 선택해 온 필자를 궁금해하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거두절미'로 자세한 설명않고 해남행을 추천했다. 너무 짧은 일정보다는 여유를 갖고 올 것과 마을에서 거하는 것을 추천했다. 밤하늘의 별부터 이른 아침 새 소리와 온종일 펼쳐지는 이웃의 인심, 산책 가는 길 따라 펼쳐지는 다양한 풍경, 그리고 바다과 산, 번화한 읍내까지 선택적으로 느린 발걸음은 다음에 있을 해남행을 결심하게 만든다고 한다.

4계절을 다 보고 싶다며 때마다 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해남의 참모습에 반해서 전입신고 없이도 해남 주민의 마음을 품는다. 알고 싶은 이들에겐 떡 하나 더 주고 싶은 마음으로 아껴둔 풍경과 장소를 하나씩 더 풀어 준다. 한꺼번에 다 알려주는 것은 인생사에 백해무익하다. 알아간다는 것, 그 과정 자체를 공유하며 '나'와도 만나고 '지역'과도 만나는 진실한 노력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해남은 선택적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기회의 지역이며 선택한 삶을 궁금해하고 결을 닮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멋진 지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은 '관광'이나 '체험'의 한계를 넘어서 마실을 통해 '스스로 찾아보는 과정'을 만나는 것이다.

'마실'. '마을 오다', '마을 다니다'를 표현할 때 쓰이는 단어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더 많은 교류와 소통의 역할을 설명한다. 수십 년을 살아온 지역에서도 먹고사는 삶에 충실한다는 이유로 지역의 곳곳을 다 알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시집, 장가로 '어른'의 세계는 마을 간의 문화 교류였을 것이며 지역 간의 자연스러운 소통이 되었을 것이다. 서로의 안부와 교류는 마실의 이유가 되기도 하며 더불어 지역을 만나게 된 셈이다. 맛나고 좋은 것을 싸가 선물하거나 나누기도 하고 새로운 소식과 생각들을 교환했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돕기도 했을 것이다. 이것은 나와 너, 사람의 관계에서 시작되었으며 여전히 우리가 지속해 나가야 할 문화인 것이다.

자본주의와 함께 나고 자란 '관광'은 공간의 이동에는 공통점이 있으나 마실의 본질인 사람과의 관계에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또한 '관광'은 계획된 공간과 흐름 속에 진행이 된다면 마실은 우연함과 유연함이 존재한다는데 차이를 보인다.

'나'가 주체가 되어 마실을 갈 때 마을에서 만나고 발견될 이야기와 사람, 그리고 풍경이 '프로그램'으로 정리된 '관광'보다 인기가 많은 것은 사람의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관광'을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해남 515개 마을 곳곳으로 퍼져 편안한 안식처와 세심하고 따뜻한 장소 또는 필요한 요소들로 자리할 수 있도록 스며들고 수많은 '나'들이 인간의 관계 속으로 마실을 떠날 수 있다면 이것은 해남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햇빛을 피해 걸을 수 있는 가로수와 틈틈이 앉아 쉬며 자연을 숨 깊이 들이마시며 만날 수 있도록 배려된 의자, 마을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마을 공간과 돌담길, 해남에 살다간 수많은 인물의 장소와 아름다운 자연 풍광, 장인들의 공간과 물건들, 마을과 마을을 이으며 늘어선 다양한 상점들의 거리, 농산물의 갖가지 풍경과 계절마다 다른 우리네 움직임들을 안착시키는 것. 이것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개발'이 아닌 섬세하고 따뜻한 '개선'으로 접근해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과정을 겪어내다 보면 우리뿐만 아니라 공동체 스스로 치유가 되고 결국 그것이 해남의 건강하고 탄탄한 문화가 될 수 있진 않을까? 이런 지역을 만나기 위해 사람들이 '마실'을 올 것이다. 치유 받고 싶은 마음으로, 연대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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