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오른 게 없다는 고물가 시대에 쌀값만 유일하게 폭락하고 있다. 지역농협 창고에는 처리하지 못한 벼가 잔뜩 쌓여 있다. 전국 최대의 농군인 해남의 시름이 깊어만 간다.

통계청의 산지 쌀값(20㎏)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5만4154원에서 이달 현재 4만3918원으로 19%나 폭락했다. 이를 지난해 풍년과 소비 감소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농축산물의 수급 조절은 적기에 이뤄져야 하는데 그 시기를 놓쳤다. 정부의 늑장 대처가 폭락 사태를 키웠다고 봐야 한다. 지난해 말 쌀 시장격리를 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먼 산 바라보듯 뒷짐만 지다가 올해 들어서야 3차에 걸친 시장격리에 나섰다. 때를 놓친 이런 대처는 쌀값 안정에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쌀값 폭락은 지역농협에 눈덩이처럼 쌓인 벼 재고로 이어졌다. 산이, 화원, 문내농협 등은 벼를 전혀 처리하지 못해 창고마다 포화상태이다. 이들 농협은 최근 실시된 2021년산 시장격리곡 3차 매입에서도 처리하지 못했다.

최저가 낙찰(역공매) 방식으로 이뤄지면서 해남에서는 고작 5만4500가마(40㎏들이)만 소진했다. 이는 88만 가마에 이르는 지역농협 재고량의 6%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당장 오는 9월부터 벼 수매에 나서야 하지만 빈 창고가 없어 추곡수매마저 이뤄지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이럴 경우 사상 초유의 추곡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내주 중 RPC(미곡종합처리장) 매입방식 등의 대책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얼마나 실효를 거둘 지 미지수이다.

쌀값이 45년 만에 최대치로 폭락하면서 고스란히 농가 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더이상 참지 못한 농민들이 거리로 내몰렸다. (사)전국쌀생산자협회는 지난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쌀값 대폭락은 정부 탓이라며 강력한 비난을 쏟아냈다. 해남의 쌀 농가들도 어제 지부를 결성하고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해남 농민들은 밥쌀용 수입쌀 방출 즉각 중단, 쌀 재고량 9월까지 추가격리, 폭등하는 유류값 대책과 지속적인 비료 지원 등을 촉구했다.

작금의 쌀 대란은 분명 정부에 책임이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쌀값 안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쌀값 안정에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하는 최저가 입찰방식도 공공 비축미 매입으로 개선해야 한다.

더이상 애꿎은 농민의 희생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위기상황에서 대응은 한시가 급하다. 정부의 빠른 대책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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