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 어렵지만 "돈 벌러 다시 오겠다"
"외국인 없다면 밭농사 사실상 포기할 판"
해남 25농가서 86명이 5개월 단기로 작업
10월엔 140여명 입국해 김 공장 투입 예정

▲ 필리핀에서 5개월 단기 비자를 발급받아 산이면 금송리 고추 수확 작업에 투입된 계절근로자들.
▲ 필리핀에서 5개월 단기 비자를 발급받아 산이면 금송리 고추 수확 작업에 투입된 계절근로자들.

"무덥고 일이 힘들기는 하지만 돈을 많이 벌 수 있어 좋습니다. 필리핀에 있는 아내와 형제들이 돈 많이 벌어 귀국하라고 합니다."

지난 20일 산이 금송리 고추밭. 필리핀 외국인 근로자 5명이 무더운 날씨에 고추 수확 작업에 한창이다. 필리핀에서 온 이들은 5개월 단기 취업비자로 입국해 지난 5월 농가에 배치된 계절근로자들이다. 이들은 9월까지 일하고 귀국해야 한다.

세부 시에서 온 조지 디그노스(46) 씨는 "고향에서 트라이시클(오토바이를 개조한 교통수단) 운전으로 하루 1200페소(한화 2만8000원) 정도 벌었는데 한국에 와 세 배가 넘는 9만 원을 받고 일한다"면서 "다만 이곳에서는 덥고 날마다 일을 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장난스레 웃으며 아내와 형제들이 돈 많이 벌어 돌아오라고 한다고 했다.

함께 일하는 떼롤 에이브릿(48) 씨는 "매운 음식을 먹지 못해 고용주가 가게에서 사주는 돼지고기나 생선을 요리해 먹는다"면서 "귀국하더라도 다시 돈 벌러 한국에 오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 원자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도 일을 했다. 그곳에서 하루 500-800페소(한화 1만1000~1만8000원)를 벌었으니 한국에서 6배 정도 수입이 더 많은 셈이다.

▲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20일 외국인 근로자가 산이 금송리 고추밭에서 수확 작업을 하고 있다.
▲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20일 외국인 근로자가 산이 금송리 고추밭에서 수확 작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보통 아침 6시에 일을 시작해 오후 5시 30분까지 8시간(아침, 점심 및 새참 시간 제외) 남짓 일하며 9만 원을 받는다. 추가로 작업을 할 경우 시간당 1만 원의 수당이 얹어진다. 매달 정액으로 200만 원을 받고 나머지는 귀국할 때 정산을 하는 방식이다. 고용주(농민)는 이들이 생활하는 집과 쌀과 반찬류 등 기본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농가에 투입된 지난 5월부터 초당옥수수 수확에 이어 이달 10일께부터 오는 9월까지 고추 수확 작업을 한다. 한 달에 이틀은 원칙적으로 쉬지만 날씨 상황에 따라 일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

가뜩이나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농촌 현장에 외국인 근로자가 '가뭄 속 단비' 역할을 하고 있다. 해남에는 올해 계절근로자로 입국한 86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25농가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 계절근로자 5명을 고용한 공하옥(65·산이면 대진리) 씨는 "올해 초 하루 15만 원을 줘도 사람을 구할 수 없어 큰 어려움을 겪었으나 다행히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투입되어 한시름 놓았다"면서 "처음으로 해남군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초당옥수수 1만5000평, 고추 3200평 규모의 농사를 하고 있다. 가을에는 배추 농사도 짓는다. 이런 농사일을 하려면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 지금의 농촌에서 일손을 구하려면 고령자밖에 없다. 이들은 고구마순 정리 등 가벼운 일 이외에는 하기가 어려워 고추 수확 등은 젊은 일손에 의지해야 한다. 이런 처지에 외국인 근로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일을 맡기는 데 어려움도 많다. 무엇보다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되고, 이 때문에 작업 지시를 내려도 엉뚱한 일을 하기 일쑤이다. 스마트폰 통번역 어플을 사용하지만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다.

공 씨는 "작업 숙련도가 떨어지기도 하지만 지금의 농촌 현실에서 이들 외국인 근로자가 없다면 밭농사는 사실상 포기해야 할 정도로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오는 8월부터 10월까지 40명 정도가 순차적으로 입국해 농가에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어업 분야 계절근로자 140여 명이 오는 10월께 입국해 김 가공공장에서 일할 것으로 보인다.

해남군 관계자는 "농가들은 외국인 근로자들과 의사소통, 문화적 차이, 업무 숙련도, 농기계 작동법 등에 어려움을 겪기는 하지만 인력난 해소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외국인 근로자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다음 주 중 필리핀 투델라, 알칸타라 등 2개 도시와 농어업분야 협약을 추가로 체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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