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상금(전 서울시의원)

 
 

2020년 초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의 재앙이 한동안 물러가는 듯싶다가 되돌아올 조짐이다. 우리는 인류가 종말이라도 맞이할 것 같은 불안과 공포의 나날을 보냈다. 이에 대한 1차적 반응은 평온했던 지난날로 돌아가고 싶다는 단순하고 작은 소망뿐이었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때가 좋았지, 돈 있으면 뭐해. 이제는 예전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면서 인생을 말했고 삶을 논했다.

인류의 역사는 오래전부터 각종 바이러스와의 투쟁이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14세기 흑사병, 19세기 콜레라, 20세기에는 독감과 면역결핍증(에이즈)이 창궐했다. 금세기 들어서는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다. 그래도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여 인간 승리로 끝이 날 것이다. 얼마 전 식약청에서 국산 1호 코로나 백신을 생산하게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느 바이러스보다 강력해서 지금까지 우리의 삶을 지배했던 생각과 행동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시카고 대학 월리엄 맥닐 역사학 교수의 지적에 잘 드러나 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역사가에게도 때때로 발생하는 재앙에 가까운 전염병 창궐은 일상을 급작스럽게 예측 불허의 침범이 되어 본질적으로 역사적 설명이 가능한 범주밖에 있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좋은 예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방역수칙 가운데 기본 세 가지(사회적 거리두기, 비대면, 마스크 착용)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예전에는 손을 맞잡는 스킨십을 좋아했고 직접 마주하고 주고받는 대화를 선호했다. 마스크 착용은 감기 환자로 취급받아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지금은 혼자일 때 가장 안전하지만 나는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 탓에 혼자가 싫어 그때마다 오늘이 있게 된 원인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①산업의 지구화 ②생활의 도시화 ③모든 가치의 상품화 ④환경의 시장화를 금과옥조로 받들었다.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대량 생산, 대량 소비에서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를 불러온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오래전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생과 사에 대해 "전통적으로 죽음은 사제와 신학자의 전유물이었지만 오늘날 이 분야는 공학자들이 넘겨받았고 실험실의 괴짜 연구자 두 사람이면 이를 해결해 낼 수도 있다"라고 했다.

죽고 사는 문제가 신의 영역이든, 과학자의 소관이든,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고 다짐도 했다. 우리는 무한 이윤 추구와 성장이라는 욕망에서 벗어난 삶의 길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지구의 아픔, 타인의 고통 위에서 누리는 부에 대한 어리석음도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행복의 척도를 만족감이 없는 원트(want)에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라이크(like)로 바꾸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런 토대 위에서 평화, 복지, 생태 공감, 사랑이 상존하고 이를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