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축사서 화재로 수천 마리 떼죽음
간척지 벼 누렇게 타들어가고 생육 부진

▲ 폭염으로 고추가 힘이 없고 끝이 말라 누렇게 탄 것들이 많다.
▲ 폭염으로 고추가 힘이 없고 끝이 말라 누렇게 탄 것들이 많다.
▲ 산이면 부동리 논. 벼가 말라 죽어 논 곳곳이 듬성듬성 비어 있다.
▲ 산이면 부동리 논. 벼가 말라 죽어 논 곳곳이 듬성듬성 비어 있다.

폭염과 가뭄 여파로 농작물이 말라 죽고 가축이 집단 폐사하는 등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해남군 축산사업소에 따르면 14일 현재 해남에서는 4개 농가에서 돼지와 닭 등 550마리가 집단폐사해 7100만원의 피해가 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마산면 호교리와 신덕리, 그리고 현산면 월송리 등 돼지 농가 3곳에서 폭염 여파로 돼지 250마리가 폐사했고 산이면 진산리 닭 농가에서도 닭 300마리가 폐사했다.

지난 8일에는 해남읍 복평리 돼지 축사에서 불이나 축사 10동 가운데 2동이 전소되고 새끼 돼지 5000마리가 폐사해 피해액만 4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외국인 근로자 한 명이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며 진화작업을 하던 소방관 한 명도 연기를 마시는 피해를 입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돈사 외벽에 있던 에어컨 실외기에서 불길이 시작됐다는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 축사에서는 폭염에 대비해 축사 안에 자동냉방시스템을 가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가뭄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일 산이면 부동지구 간척지 논을 살펴본 결과 벼가 말라 죽어 논바닥 곳곳이 듬성듬성 비어 있는 곳이 쉽게 눈에 띄었다. 심한 곳은 전체 논의 4분의 1 정도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상태였다. 크기도 예전만 못하고 벼 잎 끝은 누렇게 변해 생육상태도 부진하고 고사 직전의 경우도 많아 농민들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이점(54) 부동리 이장은 "예년이면 논에 벼들이 빽빽이 차고 싱그런 푸른색을 띠어야 하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며 "물대기를 여러 번 했지만 긴 가뭄과 폭염에 말라 죽고 성장도 멈춰 앞으로 벼가 제대로 여물지, 수확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한숨만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마을 주민들은 이곳이 바다를 메워 만든 간척지로 원래 염분 농도가 높았는데 가뭄과 폭염으로 염분 농도가 더 강해지면서 염기가 올라와 피해가 난 것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밭작물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예년 같으면 빨간색으로 속이 꽉 찬 느낌을 줘야 하는 고추 역시 말라 죽어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가지에 매달린 고추도 힘없이 삐쩍 마르고 끝이 노랗게 변한 것들이 많았다.

황산면과 산이면 등 간척지 농경지를 중심으로 이 같은 폭염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데 해남군은 생육을 촉진하는 비료를 뿌려주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한편 해남지역의 경우 지난 5~6월 강수량은 72.5㎜로 전년보다 133.7㎜가 적은 상태이다. 14일에도 비가 내렸지만 평균 8.3㎜에 그쳤다.

반면 낮 최고기온은 연일 30도를 웃돌고 있고 지난 6일에는 최고 34도까지 올라가는 등 가뭄과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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