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숙(해남군 주민복지과장)

 
 

벽에 걸린 시계를 본다. 분명, 시계는 오른쪽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분침과 시침 모두가…. 바쁨이 일상이 되어버린 하루하루의 연속이다. 자정이 넘어서 잠자리에 드는 게 또 하나의 일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베갯머리에 누우면 바로 잠들 것만 같았으나 쉽게 오질 않았다. 동이 트면 또 바쁜 일과가 시작되기에 서둘러 머릿속을 정리하고 들려고 했던 잠은 그럴수록 더더욱 피곤한 몸을 뒤척이게 만든다.

머리맡에 불을 다시 켜고 시계를 보니, 어느새 새벽 2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두 시간째 뒤척임이었다. 서둘러 전등을 끄고 잠을 청해보려는 순간, 몇년 전 고향 선배가 썼다며 건네주고 간 '우수영'이라는 책에 눈길이 갔다.

"후배, 짬이 나실 때 한번 읽어보세요. 뭐 대단한 글은 아니구요, 그냥 어릴 때를 추억하며 우수영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던 서사적인 것들을 배경으로 써본 겁니다." 하면서 몇 년 전 면에서 근무할 때 찾아와 건네주고 간 책이다.

그 선배에게 갑자기 미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책을 받아서 책장에 꽂아놓고 다음에 시간이 날 때 봐야지 했던 것이 결국 수면제 대용으로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몇 장 넘겨보다 잠을 청할 요량으로 읽어가던 책은 그날 밤을 홀랑 새버릴 정도로 빠져들게 했다. 벽에 걸린 시계는 어느덧 새벽 5시를 향해가고 있건만, 이 책은 타임머신이 되어 시간을 거슬린 채, 나를 머나먼 어린 시절로 데려가고 있었다.

그 선배가 태어난 고향 우수영, 내가 태어나기도 한 우수영, 우리 남매들이 태어나서 자랐고, 내 어머니 내 아버지와 함께 살아왔던 고향 우수영을 소재로 우수영과 함께한 한 시대의 삶을 통해 우수영이라는 '터'를 잘 묘사해 놓은 글이었다.

우수영을 기점으로 삼정개와 언뚝건네 울돌목, 새팬 섬바깨와 망째(해)산, 불쌍개와 검살(금산)리 산, 그리고 시용장터와 화원을 거쳐 멀리 목포로…, 서울로…. 많은 시간이 지나, 내 몸이 만들어진 고향 우수영으로….

몸과 마음이 되돌아오는 긴 여정 속에서 때로는 같은 생각으로 우려져 나오는 공감들과 이제는 저 멀리 흘러버린 시간(세월) 속의 서정적인 것들이 이 글 속에 잘 표현되고 녹아있었다.

초등(국민)학교를 졸업하고 목포로, 광주로, 인천으로, 서울로…. 배우러 떠났던 우리가 수 세월 잊고 살았던 고향 우수영이라는 품속으로 다시 돌아오게 만든 이 (책)에 감사하고 또 고마웠다.

이 책을 두고 '훌륭한 작품'이라느니, '퀄리티가 있는 수준작'이라느니 하는 수식어를 써서 평가하는 것보다는 우수영이 내 고향이 아닌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이 책을 읽음으로써, 고향에 대한 추억 한 토막을 두런거리며 걷게 하는 '올레길'과 같은 글이라고 평가해주고 싶다.

우수영은 하루하루 큰 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고, 발전을 위해 모두가 애쓰는 지금 내 고향 우수영에 대해 추억을 생각하면서 이글을 써본다.

추신 : 많은 사람이 이 책과 동행하면서 지나버린 시간의 여정을 떠날 수 있는 '이음'의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책 소개와 함께 후기로 내어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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