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한 형과 가진 술자리에서 요즘 자신의 유일한 취미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는 푸념을 들었다. 가게가 쉬는 날이면 해남 곳곳을 누비며 낚시를 하는 게 낙인데 가뭄으로 인해 저수지가 다 말라 갈 곳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논에 물대기를 하는 농민이나 가축을 키우는 축산농가의 경우 가뭄과 폭염이 얼마나 크게 느껴질지 한숨 섞인 대화가 오간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의 경우 극심한 가뭄에 산불까지 발생했고, 유럽 남부 강들은 메말라가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의 한 도시에서는 물 낭비를 막기 위해 미용실에서 머리를 두 번 감기면 한화로 약 70만 원의 과태료를 문다고 한다. 다소 억지스러운 지침으로보이지만 지난해 겨울부터 눈과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7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맞은 상황에서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얼마 전 가수 싸이의 공연이 논란이 됐다. 싸이의 대표 공연 중 하나인 '싸이흠뻑쇼'가 매회 300톤 정도의 식수를 쏟아부으며 관객들과 만나는 데 지금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내용이다. 

한편으로는 매일 50만 톤이 넘는 수돗물이 청계천 등 서울시 미관을 위해 쓰이고, 골프장 한 곳에서 하루 평균 1000톤 가까운 지하수를 끌어다 쓰는 게 농가에 더 위협적이지 싸이를 탓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물이 마르면서 민심도 말라가는 모양이다. 가뭄과 고유가에 이어 전라남도 물가 상승률이 23년 만에 최고를 경신했고, 당장 이번 달부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동시에 오른다고 하니 생활이 더 팍팍해질 것으로 보인다.

해남을 비롯해 전국의 지자체에서 일반 행사를 취소하면서까지 가뭄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이다. 부디 단비가 내려 가뜩이나 힘든 민심을 촉촉이 적셔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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