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상(전 전남문화관광재단 사무처장)

 
 

민선 8기가 군민 소통행사로 활기차게 출발했다. 이제 해남이 활력이라는 프레임에서 도약이라는 프레임으로 옮겨가고 있다. 때 이른 폭염에 더위 먹어 '명비어천가'를 부르는 것은 아니다. 민선 7기 4년 만에 해남이 몰라보게 변했다는 말을 안팎으로 많이 한다. 부정적인 의미의 '해남스럽다'는 프레임에서 탈출한 것이다.

창문이나 액자 틀, 혹은 안경테로 좁은 의미로 쓰이던 프레임은 이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과 같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뜻으로 두루 쓰이는 용어가 됐다.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프레임을 바꾸라는 말도 있다.

해남의 주산업인 농업도 기존의 프레임에서 많은 변화를 하고 있다. 농업도 '규모의 경제'라고 했지만 이제 '속도의 경제'가 됐다. 벼농사 몇 마지기 짓고 있다고 규모를 자랑하는 것은 1차산업 수준이고 가공·유통, 관광을 접목하는 6차산업으로 큰 걸음을 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 주변에서 씨 뿌리면 서둘러 씨 뿌리고 농산물 가격이 급락하면 시장격리라는 용어로 대신하는 산지 폐기, 즉 보상금 몇푼 받고 갈아엎는 수준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이런 농사를 습관적으로 짓는다고 한다.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진다'는 말처럼 농업회계와 거리가 먼 농사로는 살아남기 힘들다. 농산물 밭떼기로 큰돈 번 것처럼 자랑하지만 요리조리 다시 계산해 보면 인건비도 못 건진 경우도 허다하다.

요 며칠 사이 강소농 경영개선실천교육 심화과정을 비롯한 각종 교육일정으로 해남군농업기술센터 강의실이 꽉 차 있다. 주로 갓 귀농한 젊은 세대들이다. 백발의 은퇴 귀농인들도 아들 또래 수강생들과 농사에 대한 기본지식을 배우고 '속도의 경제'를 따라잡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습관적인 농사를 버리고 자신의 강점, 약점, 기회, 위기에 대한 분석을 통해 미래의 농사를 설계할 수 있도록 교육을 통해 새로운 프레임을 짜는 것이다.

자신이 땀 흘려 지은 농산물을 마케팅기법을 동원해 직접 판매에 나서는 젊은 농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유튜브, 블로그, SNS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해남에도 농사를 소재로 한 숨은 유튜버, 파워블로거들이 많다. SNS에서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에 달하는 많은 구독자를 통해 대중에서 영향력을 미치는 이들을 지칭하는 인플루언서도 많다. 이들은 농사나 농산물에 대한 소재를 떠나 해남을 알리고 해남관광을 활성화시키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농사짓는 것이 약점이 아니고 농사가 결코 위기가 아니다. 강점이자 기회인 것이다.

민선 7기에서 두드러진 것은 '활력'이다. 우선 군정을 수행하는 군청 공무원들의 활기를 느낄 수 있다. 애먼 손가락질을 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것만큼 신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찾아서 하는 일은 반드시 성공한다. 아니 성공은 못 한다더라도 보강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안 움직이는 것이다. 경영이 행정에 도입돼 많이 달라졌다 한다. 물론 해남만의 현상은 아니지만 적극행정이 몸에 밴 군정이란 얘기다.

축제 하나 없던 해남이 '해남방문의 해'를 통해 '해남미남축제'의 성공을 시작으로 '해남마실'로 이어지고 있다. 달마고도, 울돌목 해상케이블카 등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장착하고 있다. 각 농가에서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체험프로그램이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해남관광을 위한 종잣돈이 될 수 있다.

해남군민의 한 사람으로 해남의 도약을 기대하며 기쁜 마음으로 도움닫기로 등이라도 내주고 싶다. 단지 아무리 손사래를 쳐도 덕담으로만 치부될 것이 분명하기에 생략한 '옥에 티'가 '티끌 모아 태산'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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