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닷물 유입 피해가 발생한 화산면 관동 배수갑문. 수문 6개가 나란히 보인다.
▲ 바닷물 유입 피해가 발생한 화산면 관동 배수갑문. 수문 6개가 나란히 보인다.

수문관리 허술·늑장 대응
총체적 부실이 부른 인재

주민이 책임지는 관리 시스템 문제
염도측정기 오류·대응 매뉴얼 부재
"조작 실수냐, 기계 고장이냐" 공방

화산면 관동 배수갑문 바닷물 역류 사고는 총체적 관리 부실이 빚은 인재로 드러나고 있다.

먼저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사고였지만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해남군은 배수갑문에 이물질이 끼거나 고장으로 인한 해수 유입 피해를 막는다며 지난 3월 관동배수갑문에 염도측정기를 설치했다. 보도자료까지 내고 각 언론기관에 이를 대대적으로 알리기까지 했다. 이 측정기는 일정 농도 이상이 되면 관리자에게 신호를 보내는 시스템으로 초동대처를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말 뿐이었다. 이번 사고 때는 전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사전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언제부터 고장이 났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해남군은 이번 사고가 나서야 부랴부랴 고장 원인을 찾고 보수 점검에 나서고 있다.

또 주민들은 그동안 수문 관리의 전문성과 책임성이 필요해 농어촌공사에 관리권을 넘기거나 군에서 직접 별정직을 채용해 운영할 것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군은 규정도 없고 예산 문제를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민 추천이라는 이름을 빌려 주민 중 수문 관리인을 임명하고 1년에 800만원 가까운 인건비를 지급하며 관리 책임을 부여했다. 8년 전 사고 때도 농경지 침수로 2억원의 보상금을 농민들에게 지급했고 해당 수문 관리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집중호우로 침수피해가 발생해 수문 관리인이 교체됐다. 이번에도 2년 전에 귀촌한 40대가 수문 관리인으로 임명됐는데 잘 알지 못하다 보니 70대 아버지와 함께 관리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수문 관리인은 당일 100㎜가 넘는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 문을 열었다고 밝혔으나 이런 일기예보는 어디에도 없었다.

보고도 엉망이고 사고 시 매뉴얼이 없는 것도 문제로 드러났다.

수문 관리인은 수문을 열기 전 담당 공무원에게 물어보기 위해 연락했는데 연락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남군은 수문을 열고 닫는 것은 전적으로 수문 관리인 책임으로 직원에게 보고해야 하는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또 수문을 열고 닫는 중차대한 일에는 자동화시스템이 있더라도 시스템 오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육안으로 최종 확인하거나 수동으로 문을 닫는 것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매뉴얼도 없는 실정이다. 수문을 열기 전 군청 담당자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휴일이라 연락이 닿지 않았고, 담당 직원들은 이튿날 아침에야 현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청에 있는 CCTV 상황실도 휴일이라 근무자가 없어 무용지물이었다.

결국 수문 관리인에게 1차 책임이 있더라도 관리도 주민에게 맡기고, 문제가 터졌을 때도 주민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현재 시스템이 가장 큰 문제여서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사고 원인을 놓고도 논란이다.

방조제 현장에는 자동화시스템이 있어 클릭만 하면 자동개폐가 가능하다. 수문은 A구역에 1, 2, 3문, B구역에 4, 5, 6문이 있는데 과부하 때문에 A구역 세 개 문을 열고 닫고, 이어서 B구역 세 개 문을 열고 닫는 구조이다. 한 구역당 열고 닫는데 30여 분이 걸리는데 문마다 0~100까지 표시가 돼 화면으로 문이 제대로 열리고 닫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수문 관리인은 당시 A구역은 화면으로 확인했는데 B구역은 클릭을 한 다음 '잘 되겠지' 하는 짐작에 최종 확인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확인을 안 한 수문 관리인 책임이 크나 시스템 오류나 기계 오작동으로 작동이 안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배수갑문 운영과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원인규명이 그래서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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