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호 물 저수지로 끌어오는 용도
준공 1년6개월째 점검않고 허송세월
가뭄에 부랴부랴 가동했으나 또 고장
관로도 용수로 연결해 부실설계 지적

▲ 맹진양수장에서 물이 제때 채워지지 않으면서 옥천 청신저수지의 가운데는 바닥을 드러냈다.
▲ 맹진양수장에서 물이 제때 채워지지 않으면서 옥천 청신저수지의 가운데는 바닥을 드러냈다.

가뭄에 농민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수백억원이 투입된 시설마저 제대로 활용되지 않으면서 농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영산강사업단은 가뭄대책의 일환으로 영암호 물을 끌어다 옥천면과 계곡면, 마산면 일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785억원을 들여 지난 2020년 말 마산면에 맹진양수장을 준공했다.

그러나 완공 이후 시험가동 중 누수가 발생해 보수작업만 이뤄졌고 지난해에는 집중호우피해로 물부족 사태가 발생하지 않자 아예 가동을 중단했다. 올해 가뭄이 심각해지면서 지난달 중순부터 부랴부랴 인근 저수지로 영암호 물을 보냈지만 옥천지역의 경우 밸브가 제대로 열리지 않거나 반대로 제대로 닫히지 않는 고장 때문에 다시 가동을 멈추고 보수작업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옥천면에 있는 저수지의 경우 지난달 31일까지도 농업용수를 제때 채우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의 경우 미리 시험가동도 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재빠르게 보수도 해야 했지만 이미 물부족 사태가 빚어진 다음에야 뒤늦게 가동에 들어가고 이 과정에서 고장이 발견되며 보수하느라 제때 활용을 못하고 있다. 준공 이후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옥천 청신저수지의 경우 관로를 통해 맹진양수장에서 양수장 물을 조절하는 저수지 분수관 시설을 거쳐 저수지로 바로 물이 공급되도록 설계되지 않고, 분수관에서 인근 용수로로 관로가 연결돼 설계가 잘못됐다는 의혹마저 나오고 있다.

한 농민은 "저수지로 관로를 연결해 저수지 물을 채운 다음 저수지 수로를 통해 농경지로 물을 공급해야 하는데, 용수로에서 물을 보내지다 보니 지대가 높은 농경지로는 물이 제대로 가지 않아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옥천면이 해남군에 긴급하게 600만 원을 요청해 최근 분수관실에서 저수지까지 40여 미터에 이르는 관로를 연결했지만 분수관실 자체가 저수지보다 낮은 곳에 위치하다 보니 양수장에서 저수지로 물을 보내는 과정에서 분수관실이 물에 잠기게 돼 많은 양을 보낼 수 없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또 그동안 제대로 가동이 되지 않아 공사과정 등에서 발생한 침전물 등으로 각 저수지로 보내지는 물이 흙탕물 수준이어서 과연 농업용수로 적당한지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영산강사업단 측은 "반드시 저수지까지 관로를 연결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고 지형적 특성이나 사업비 등을 반영해 용수로로 관로를 연결한 것으로 설계상 문제점은 없으며, 물이 여러 번 흐르게 되면 침전물이 사라져 지금보다 더 깨끗한 물이 공급될 것으로 본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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