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뜸마을 2년차… 천변로에 200개 장미화분 줄이어
온 주민이 울력 나서면서 공동체 의식도 값진 소득
장미축제 가지며 자축행사… 야경도 볼거리로 등장

▲ 마을 주민들이 장미화분으로 조성한 포토존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강미자 부녀회장, 강만옥 이장, 박신영 씨, 천말단 씨, 고강식 노인회장, 임삼이 씨.
▲ 마을 주민들이 장미화분으로 조성한 포토존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강미자 부녀회장, 강만옥 이장, 박신영 씨, 천말단 씨, 고강식 노인회장, 임삼이 씨.
 
 

"만발한 장미꽃처럼 마을 분위기가 활짝 피었습니다.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이 높아진 게 더 값진 소득이죠."

화원면 신평마을을 감싸고 흐르는 신덕천과 금평천 도로변은 요즘 화사한 붉은 장미에 물들었다. 200개의 화분에서 넝쿨장미가 자태를 뽐내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청정전남 으뜸마을 만들기' 사업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신평마을 강만옥(65) 이장은 오랜 가뭄에 장미가 시들지 않을까 이틀이 멀다하고 물주기에 여념이 없다. 강 이장은 지난해 다시 이장을 맡으면서 살기 좋은 마을을 위해 무얼 할까 고민하다 주민들에게 하천을 깨끗이 만들고 장미도 심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지난해 3월 말 으뜸마을 만들기 사업에 선정됐다. 사업비로 내년까지 매년 300만원씩 지원을 받았다. 올해는 해남에서 5곳이 선정된 우수마을에도 뽑혀 100만원을 덤으로 받았다.

강 이장은 "마을을 감싸고 있는 신덕·금평천이 버려진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어 하천 정화사업을 하기로 하고 하천 주변에도 장미를 심으면 더 효과가 날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화분을 구입해 지난해 100주, 올해 100주 등 200주를 심었는데 하나같이 잘 크고 있다"고 말했다.

강 이장과 강미자(63) 부녀회장은 부부이다. 부부가 함께 마을 가꾸기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강 부녀회장은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주민들 사이에 여러 뒷말이 나왔으나 이젠 모두가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화원중·고 바로 아래에 위치한 신평마을에는 70여 가구에 12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으뜸마을 사업 2년 차를 맞아 지난 18일에는 주민들이 모여 작은 장미축제도 열어 서로 자축하는 자리를 가졌다. 21일에는 장미가 줄지어 늘어선 하천변에 태양광 조명시설도 설치했다. 야경을 즐기기 위해서이다.

고강식(67) 노인회장은 "그동안 하천에는 풀과 토사, 쓰레기가 쌓여 흉물로 방치됐으나 새로운 모습으로 변했다"면서 "특히 주민들이 함께 울력을 하면서 공동체 의식에도 눈을 뜨면서 지금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평마을 주민들은 매월 한 차례 이상 울력을 한다. 하천을 정비하고 주민마다 이름이 붙은 장미화분을 가꾼다. 가뭄이 심한 요즘에는 이틀에 한 번은 물을 줘야 하고, 진딧물이나 응애가 심해 농약도 뿌려야 한다. 이 일은 이장과 노인회장이 거의 도맡아 한다. 장미에 일일이 물주는 일을 줄이기 위해 호스도 구입했다. 호스에 구멍을 뚫어 장미화분마다 연결해 자동으로 물대기에 나설 참이다.

강만옥 이장은 "화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장미꽃이 만발하고 깨끗한 하천을 갖는 마을로 변하는 걸 지켜보면서 주민들의 자부심도 높아졌다"면서 "사업비 지원이 이뤄지는 내년 이후에도 주민들이 힘을 합쳐 살기 좋은 마을로 가꾸겠다"고 말했다.

신평마을처럼 해남의 109개 마을이 저마다 특색있는 으뜸마을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매년 50여 곳이 새로 참여하는 이들 마을에는 3년간 매년 300만원씩 900만원의 사업비가 지원된다.

옥천 동리마을의 경우 입구에 철쭉과 황금사철을 심어 명소로 가꾸고 있는가 하면, 2년차 으뜸마을인 송지 소죽마을은 입구에 벽돌을 쌓고 흙을 채워 화단을 만들었다.

올해에는 마을 언덕의 커다란 은행나무 옆에 해바라기를 심고 담벼락에 꽃 화분을 걸어 이국적이면서도 정겨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올해 신규 지정된 새내기 으뜸마을인 계곡 월신마을은 묵힌 밭에 해바라기를 심고 여기서 나온 돌로 탑을 쌓았다. 내년에는 마을 곳곳에 어르신이 쉬어가는 의자도 설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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