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규(신기교회 목사)

 
 

새날농촌유학센터는 해남 1호 주간보호센터였던 '새날을여는집'이 이전한 이후 비어 있던 30여 평의 조립식 판넬 건물을 리모델링해 올 1학기부터 유학센터로 사용하고 있다. 센터의 필수 구비 조항인 남녀 화장실 분리 조건 때문에 수백만 원을 부담하여 화장실을 나누었고, 화재에 대비한 시설을 보강하기도 하였다.

사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부모를 떠나 낯선 곳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힘든 일임이 분명하다. 처음 농촌유학센터를 운영하기로 마음먹고 주변에 동참을 요청했을 때도 대부분 부모 떠나 온 어린 아이들을 어떻게 돌보냐고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시도하지도 않고 후회하고 싶지 않았기에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학교와 협의하여 해남교육지원청을 경유하여 전남도교육청에 센터형 농촌유학을 신청하게 되었다. 1년간 잘 운영하여 농림부 지정 농촌유학센터로의 전환을 꿈꾸기도 하였다.

눈물겨운 모집과정을 거쳐 서울에 사는 4~6학년 1명씩 세 명이 올해 3월부터 유학생활을 하고 있다. 용전분교 학생 중 한 아이는 1학년부터 5학년이 될 때까지 같은 반 친구가 없이 늘 혼자였는데 같은 학년 친구가 와서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모른다.

어느덧 유학생들이 이곳에 온 지 3개월이 다가온다.

'아이들은 행복할까?' '계속 이곳에서 살고 싶을까?' 늘 궁금하다. 사실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면 더이상 유학센터를 운영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필자는 10여 년 전부터 농촌 유학에 관심을 가졌다. 장소도, 종사자도, 예산도, 유학생도 확보된 것이 아니었지만 농촌과 농촌교육을 살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는 어느 농촌유학센터 대표자의 말에 공감하면서 주변에 농촌 유학을 하자고 권유해 갔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농촌 유학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내 자식이나 손자도 돌보기 힘든데 어떻게 다른 사람의 아이를 돌본다고 하느냐며 안 된다고, 어려울 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부모를 떠나 낯선 곳에 유학 온 아이들이나 처음 만난 아이들과 생활하는 우리나 참 어색했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이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잘 적응하며 지내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농촌 유학 한 곳을 세우기 위해서는 한 군(시)이나 그 이상의 관심과 사랑으로 가능한 일이라 본다.

하지만 새로운 농촌교육 회복의 징검다리라고 여겼던 농촌유학사업 중 센터형 모집을 중단하겠다는 도교육청의 공문이 학교에 보내졌다. 그로 인해 유학학교였던 용전분교는 졸지에 유학학교 자격을 상실하게 되었으며, 더 나아가 용전분교는 새로운 꿈을 꾸다 하루아침에 폐교에 처하게 될 운명을 맞고 있다.

처음부터 2022년 2학기부터는 센터형을 모집하지 않겠다고 알리거나 했어야지 2022년 지침에 의거해 준비한 우리 센터나 2학기 연장을 기대했던 유학생과 학부모들은 날벼락을 맞게 될 처지에 놓였다. 도교육청은 지금이라도 방침을 바꾸어 마을교육공동체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농촌유학센터 사업을 다시 시행해 주기를 간곡하게 요청한다.

무너져가는 농촌과 농촌교육을 살리기 위해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가는 이 때 희망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잘못을 범하지 않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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