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근(농민)

 
 

정주 여건은 어느 한 곳에 정착해 살아가는 환경을 말한다. 도로망이나 교통편, 의료·교육시설, 문화체육시설 등 가변적인 요소가 주요 잣대이다. 여기에다 지리적 위치나 기후 등 인공적으로 바꾸기 힘든 자연환경도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해남은 필자가 정착한 지 10년 가까이 된다. 제2의 고향으로 이젠 좋은 환경과 부족한 여건도 어느 정도 몸으로 느끼고 있다.

해남은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다. 아기자기한 산세에다 경관이 빼어나고, 먹거리 또한 풍부하다. 겨울에도 눈이 쌓이지 않아 활동하기도 그만이고,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지리적으로 보더라도 전남 서남권의 중심이다. 바다가 가까이 있으며, 목포와 전남도청이 인근에 위치한다. 바다 쪽으로 눈을 돌리면 진도와 완도, 그리고 강진이 자리잡고 있다. 땅끝이니만큼 관광지인 제주도가 한반도의 육지에서 가장 가깝다.

이런 지리적인 장점에도 교통 여건이 너무 열악하다. 또한 농사를 지으려면 일손이 필요한데 갈수록 고령화 추세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에 의지해야 하는 실정이다. 덩달아 인건비도 치솟으면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기계화가 이뤄진 논농사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농사를 짓더라도 남는 게 없다시피 하다. 적자를 보기도 한다.

인력난의 상황에서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광주나 목포 등에서 조달해야 하지만 철도 등 교통편도 마땅하지 않다. 그들을 농사 현장에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 호남선의 종점을 지금의 목포에서 더 아래로 연결하면 좋겠다. 해남을 거쳐 완도까지 철도를 연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현재 진도나 완도에서 출발해 광주로 가는 고속버스나 직통버스의 일부를 전주, 대전, 세종시까지 연장 운행했으면 한다. 하루에 2~3회라도 좋다. 땅끝해남에서 최소한 내륙 주요 지점만이라도 향하는 교통망을 구축해야 한다. 언젠가는 해남에서 제주로 이어지는 해저터널이 건설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지역의 교통 여건도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젊은이들이 해남에 정착해 살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교육이나 의료시설을 더 현대화해야 한다. 최소한 목포 정도의 여건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해남은 점차 농촌인구가 줄어들면서 소멸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더불어 쾌적하게 살 수 있는 정주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떠나는 사람이 다시 돌아올 뿐 아니라 타지 사람들도 몰려들 것이다. 해남처럼 좋은 자연조건을 갖춘 지역도 드물다. 문화유적이 널려있고 대흥사, 미황사 등의 사찰, 공룡화석지 등의 관광자원에다가 힐링의 명소도 많다.

이런 좋은 여건을 살려내야 한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후세대에 부끄럽지 않도록 모두가 힘써야 한다. 진정한 서남권의 중심으로서 발전해가는 해남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