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아(해남자원순환연구회)

 
 

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가슴 아픈 그날.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8년이 지났다.

'전원구조'라는 최악의 오보에 이은 언론의 편향적인 보도들, 수백 명의 생명이 서서히 물속으로 잠겨 들어가는 광경을 보면서도 제대로 구조의 손길을 내밀지 못했던 초기 행태,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 방송만을 남긴 채 피신에만 급급했던 선장을 비롯한 일부 선원들의 무책임한 행동, 선박사의 불법 선박 증축과 무리한 화물 적재, 정부의 컨트롤타워 부재 등 총체적 참극이었지만 책임자 처벌은 물론이고 세월호 진상규명은 아직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채 현재진행형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벌써 잊으라고, 그만하면 충분하다고 말하는 것인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나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등 우리는 이전 참극에서도 서둘러 흔적을 지우기 급급했고, 언론은 또 다른 왜곡된 프레임으로 진실을 호도하였다. 10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은 추모 공간이 아닌 초고층 주상복합 빌딩이 대신했고, 참사 현장에서 6km나 떨어진 양재 시민의 숲 안쪽에 겨우 위령탑만이 세워질 수 있었다.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역시 참사 후 단 이틀 만에 사건 현장이 정리되고, 사건 현장으로부터 16km 거리인 팔공산에 추모공원이 아닌 '대구시민안전파크'라는 이름으로 겨우 건립될 수 있었다.

독일 베를린 중심부에 위치한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광장', '뉴욕 메모리얼 파크'처럼 참사를 기억하고 일상의 공간에 함께 하는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과연 어려운 일인 것인가.

다행히도 세월호 참사 8주기, 여덟 번째의 봄을 맞는 올해도 온-오프라인을 통해 수많은 사람이 잊지 않고 그날의 슬픔을 함께 기억하였다. 해남 문화예술회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도 지난 4월 3일에서 4월 30일까지 세월호 참사 8주기 기록전 '침묵의 봄, 열다'(나무움직임연구소 주관)가 전시되어 잊지 않겠다던 그날의 약속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다. 전시장 벽면을 감싸던 푸른색 만장(애도 깃발)과 전시장을 가득 채운 300개가 넘는 종이탈은 아직도 바닷속에 300여 명의 희생자들이 있음을 기억해 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작품 전시 기간이 끝나면 이 작품들이 보관 장소조차 찾지 못하고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니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과연 우리는 그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적어도 세월호만은 일상의 공간에 기억이 함께 하기를 기대해본다. 그리하여 4000여 명의 사람들이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수백, 수천 번의 손길로 만든 이 작품들이 4월이 지나면 공간에서 퇴장하고 보관할 공간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떠도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함께 숨쉬며 우리들의 기억에 함께 존재하기를 소원한다.

세월호 아이들은 여전히 바닷속에 머물러 있다. 일상의 기억이 부재할 때 우리는 쉽게 망각하고 또 다른 아픔을 되풀이하게 된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도, 그리고 세월호도, 우리는 제대로 된 추모도 없이 그리고 제대로 기억할 일상의 공간이 부재한 채 아픔을 되풀이하며 또 다시 일 년을 보내고 있다.

이제 '잊으라'고 말하는 대신 '함께 기억하겠다'고 말하자. 일상의 공간에서 기억이 공존하기를. 부디 내년에는 조금은 따뜻한 봄이기를.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