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군, 고문변호사 해석으로 사실상 포기
법도 유명무실… 고발인, 권익위 진정 예정

영농조합법인을 운영한 대표가 보조금을 횡령해 확정판결을 받았는데도 정작 해남군이 보조금을 환수하지 못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황산쌀농어업영농조합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업무상 횡령과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지난 2020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를 했지만 지난해 6월 항소를 돌연 취하하며 형이 확정됐다.

A 씨는 쌀소득보전직접지불제와 관련해 법인 이름으로 영산강 3-2지구의 개별 경작자들을 대신해 농업직불금 신청을 하고 그에 따라 지급받은 직불금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31회에 걸쳐 2억4000여만원을 채무변제와 카드대금, 보험료, 전화요금, 기타 생활비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명백히 보조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인데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제33조에 따르면 '보조사업자가 보조금을 지급 목적과 다른 용도에 사용한 경우 해당 관서의 장은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하도록 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발인이 이를 근거로 1심 판결 때부터 그동안 수 차례 해남군에 보조금 환수를 요구했지만 해남군은 확정판결이 나야 한다거나, 확정판결 이후에는 법률검토를 해야 한다며 차일피일 결정을 미뤄왔다.

그리고 최근 해남군은 고문변호사를 통한 질의를 통해 보조금법과 달리 농업소득보전법이 특별법으로 우선하고 농업소득보전법에서 규정한 직불금 환수 규정에는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경우'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아 환수가 어렵다는 해석을 받았다.

또 보조금법을 적용해도 판결문을 근거로 잠시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지만 그때그때 빠른 시일 내에 사용한 금액을 다시 채워놓아 실제 지급받아야 할 경작자들이 제때 받지 못했을 뿐 궁극적으로 보조금을 정상적으로 지급받아 목적대로 사용했다고 해석했다.

결과적으로 보조금을 횡령한 사실이 확인됐고 확정판결을 받았는데도 해당 특별법에는 이 행위에 대한 환수 규정이 없고, 나중에 변제했기 때문에 환수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는 누군가가 보조금을 횡령해도 같은 방법으로 일단 사적인 용도로 쓰고 다시 채워놓으면 형사처벌은 받되 보조금 환수 조치는 받지 않는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없는 선례가 되는데다 보조금법이 있으나 마나 한 법이 되는 셈이다.

특히 보조금은 국민의 세금인데 해남군은 고문변호사의 자문내용을 근거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해남군이 고문변호사한테만 의지하지 말고 감독기관인 정부기관 등에 문의절차를 거치고 이 같은 내용이 정말로 맞다면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고발인과 일부 회원들은 판결문에 모두 변제했다고 나와 있지만 상당수가 직불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당시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점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고발인은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진정서를 낸다는 계획이어서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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