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보별 득표 수를 확인하고 있는 투표요원과 개봉된 투표용지.
▲ 후보별 득표 수를 확인하고 있는 투표요원과 개봉된 투표용지.
 
 
▲ 방호복 차림의 투표관리요원들.
▲ 방호복 차림의 투표관리요원들.

 

▲ 이영철 할아버지(왼쪽)와 김충기 이장.
▲ 이영철 할아버지(왼쪽)와 김충기 이장.

"초대 선거도 이 손으로 투표"

○…삼산면에서 최고령 투표자인 이영철(95·삼산 충리) 할아버지는 투표 당일인 9일 오전 10시쯤 삼산면 제1투표소인 신기마을회관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지팡이를 짚고 혼자 다닐 정도로 아직 정정하지만 앞이 잘 보이지 않다 보니 같은 마을 김충기(56) 이장의 도움을 받아 차를 타고 투표장을 찾았다.

이영철 할아버지는 1926년생으로 삼산면 충리에서 태어나고 자라 농사를 지으며 한번도 고향을 떠나지 않았고 현재 혼자 살고 있는데, 1948년 제1대 대통령선거, 그러니까 이승만 초대 대통령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그야말로 대통령 선거의 산증인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외지에 사는 6남매 자녀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꼭 투표하라고 당부를 했을 정도이다.

이영철 할아버지는 "국민의 의무인데 투표를 당연히 해야지, 국민을 위하고 정치를 잘하는 사람이 뽑혀야 좋은 세상이 만들어지는데 그러려면 우리가 좋은 사람을 투표로 뽑아야지"라고 말했다.

다음 대통령 선거가 100세에 치러지는데 그 때도 투표할거냐고 묻는 질문에 "아이고 이제 아파서 다음에는 못하것어. 그래도 안 아프면 해야지"라고 말했다.

 

▲ 최성욱 군과 최 군의 어머니·외할머니.
▲ 최성욱 군과 최 군의 어머니·외할머니.

선거 중요성 가르치고 싶어

○…옥천면 제1투표소인 옥천초등학교 체육관에서는 올해 8세로 옥천초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최성욱 군이 투표장에 나와 눈길을 끌었다.

최 군은 엄마인 오진영(50·옥천면 흑천리) 씨와 외할머니인 이명순(76) 씨의 손을 잡고 투표장을 둘러보고 엄마와 외할머니가 투표하는 모습을 바라봤다.

오진영 씨는 "우리 아들이 투표장에 가보고 싶다고 해서 투표하는 길에 함께 나오게 됐다"며 "아직 선거권이 없지만 이렇게 직접 투표장이나 투표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어렸을 때부터 선거의 중요성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성욱 군은 투표장에 온 소감을 묻자 "신기하고 좋았어요"라고 밝게 웃었다.

 

▲ 윤삼식·이화자 부부(사진 오른쪽)와 연정마을 할머니들.
▲ 윤삼식·이화자 부부(사진 오른쪽)와 연정마을 할머니들.

불편한 어르신 모시고 투표장

○…대중교통 이용이 쉽지 않거나 섬마을 주민들도 이번 대선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화산면 제3투표소인 사포리마을회관에는 안정마을에 사는 윤삼식(55), 이화자(52) 부부가 같은 마을 어르신인 이영덕(70), 이순애(81) 할머니와 함께 투표장에 동행했다.

이 부부는 "승용차로 투표장까지 5분이면 가지만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걸어서 가려면 30분이 넘게 걸리고 택시를 부르기도 여의치 않아 투표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래서 투표 전날에 의향을 묻고 이렇게 투표장에 같이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은 "여기 부부가 아니면 우리가 어떻게 온다요, 차로 같이 옹께 올 수 있지"라고 말했다.

이곳 투표소에는 인근 중마도 주민들이 배를 타고 나와 투표를 하기도 했으며 승용차에 마을주민 여러 명이 같이 타고 투표장으로 향하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 투표날 활약을 펼친 장애인 콜센터 차량.
▲ 투표날 활약을 펼친 장애인 콜센터 차량.

지체장애인콜센터 참정권 행사 '톡톡'

○…장애인 교통편의를 위해 지난해 9월 출범한 해남군 지체장애인 콜센터가 이번 대선에서 58명의 주민을 투표장까지 수송하는 등 지역민의 참정권 행사에 톡톡한 역할을 했다. 콜센터는 사전투표일인 지난 4, 5일 이틀동안 43명의 장애인들을 수송한 데 이어 선거일인 9일에도 몸이 불편해 기권하려는 15명의 투표를 도운 것이다.

콜센터가 주민 수송 작전에 투입한 차량은 카니발 승용차와 12인승 봉고차 등 2대. 봉고차는 경증 장애인의 수송을 맡았으며, 카니발은 휠체어나 전동휠체어, 전동스쿠터 등을 이용해야 하는 중증 장애인을 실어날랐다, 특히 콜센터에 교통편의를 요청한 장애인은 물론 미리 확보한 중증 장애인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투표를 독려했다.

이재옥 지체장애인 콜센터장은 "이번 대선에서 14개 읍면의 장애인 교통편의를 위해 두 대의 차량을 투입했으나 역부족이었다"면서 "카니발 차량이 더 있었으면 중증 장애인 수송을 더 원활하게 할 수 있었으나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수송 요청을 받고도 응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김성희 씨.
▲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김성희 씨.

한국에서 세 번째 직접 투표

○…"베트남에서는 보통 남성들이 가족을 대표해 대리투표를 할 수 있어 투표할 기회가 없었는데 한국에서는 내가 직접 투표장에 가서 투표를 할 수 있어 좋고 이번이 세 번째에요."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인 김성희(36·해남읍) 씨는 이날 해남읍 제6투표소인 해남서초등학교 체육관에서 투표를 마쳤다. 지난 2008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이후 이번이 세 번째 투표이다.

베트남에서는 가족에 의한 대리투표가 가능하고 공무원들이 오토바이 뒤에 나무 상자로 된 선거함을 가지고 마을을 돌며 노약자나 거동이 불편한 유권자들을 상대로 출장투표도 진행한다.

김성희 씨는 "이렇게 투표장에 나와서 다문화가정을 비롯해 국민을 위하고 일 잘하는 사람을 내 손으로 직접 뽑을 수 있어 좋아요"라고 말했다.

 

▲ 생애 첫 투표에 나선 해남공고 3학년 박제욱 군.
▲ 생애 첫 투표에 나선 해남공고 3학년 박제욱 군.

고교생도 앞다퉈 생애 첫 투표

○…지난 2019년 12월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선거 연령이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아지며 이번 대선에서 고3 학생들도 투표장을 찾아 생애 첫 투표에 나섰다.

해남공고 3학년인 박제욱(19·사진) 군은 이날 해남읍 제4투표소인 해남종합사회복지관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박제욱 군은 "부모님이 투표할 때는 별 생각 없이 그러려니 했는데, 내가 직접 투표를 한다고 생각하니 떨리기도 하고 누구를 뽑을까 고민도 하고 그랬다"고 말했다.

박 군은 "학생들이 행복한 나라가 됐으면 한다"며 "우리나라를 잘 이끌 수 있는 사람에게 투표했다"고 덧붙였다.

 

▲ 4명의 후보에 기표해 무효처리된 무효표.
▲ 4명의 후보에 기표해 무효처리된 무효표.

4명의 후보에 기표해 무효처리도

○…이번 대선은 코로나19 확진자의 투표를 위해 오후 7시 30분까지 이뤄졌다. 투표가 종료된 후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 투입구를 특수봉인지로 봉인한 후 개표소인 동백체육관으로 이송됐다. 해남군선관위에서 보관 중인 관내 사전투표함과 우편투표함도 개표소로 옮겨졌다. 14개 읍면 44곳 투표소에서 투표함이 속속 모여든 가운데 옥천면 제1투표소(옥천초 체육관) 투표함이 가장 먼저 도착했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투표함은 문내면 제2투표소(사교마을회관). 개표소에서 가장 먼저 오픈된 투표함은 삼산면 관내 사전투표함으로 오후 9시 28분 개표가 완료됐다. 이날 해남지역 모든 투표함의 개표는 다음날인 10일 새벽 1시 30분쯤 끝났다고 한다.

한편 개표 과정에서 한 유권자는 4명의 후보에게 투표해 무효표가 됐다. 이 유권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국가혁명당 허경영 후보 등 4명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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