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광렬(해남군 축산사업소 가축방역팀장)

 
 

치료제도 없고 백신도 없어 걸리면 바로 죽는, 돼지가 걸리는 병이 있다. 바로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이다.

다행인 것은 동물에서 사람으로, 사람에서 동물로 전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고 돼지종에만 걸리는 병이기 때문에 인체에는 무해하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고기를 조리해서 먹어도 탈이 없지만 돼지는 한 번 걸리게 되면 41~42℃의 고열, 호흡곤란, 피부의 충혈과 출혈 등 증상이 시작된 지 14~20일 만에 100% 치사율을 보이고 있다. 축산업이 붕괴될 수 있고 국내 다수의 농장에서 발생되면 육류식량의 안정성이 무너져 금겹살이라는 용어와 함께 서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왜 치료제가 없는가?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단백질이 180~200개 정도로 일반 바이러스에 비해 20배 정도 크며 단백질이 24종이나 된다. 이 때문에 백신 개발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 생존기간을 보면 생고기 105일, 절인고기 182일, 말린고기 300일, 오염된 고기를 냉동시켰을 때도 바이러스가 1000일을 살아남을 정도로 강하지만 70℃에서 30분 이상 조리한 고기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어디에서 왔는가? 1921년 동아프리카 적도 부근 케냐라는 나라에서 최초로 발생되어 1957년 앙골라발 선박에서 선원들이 먹다 남은 음식 잔반을 통해 포르투갈에서 유럽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 9월 16일 경기도 파주시 소재 양돈농장에서 발생 후 2월 현재 농가에서 총 21건이 발생되었고 야생멧돼지에서는 2067건의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다.

야생멧돼지의 남하를 막기 위해 정부에서는 차단울타리 방어망을 설치하고 있지만 멧돼지의 남하 속도는 무서울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 작년 5월에 남하 속도가 1개월에 5km 정도였지만 지금은 28km로 빨라져서 소백산맥을 타고 확산 중에 있다. 이 상태로라면 7개월이면 바이러스가 전남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2010년 경북 안동발 구제역 사태를 되돌아보면 당시 350만 마리의 소와 돼지를 살처분해서 무려 3조원 이상의 돈을 공중으로 날려버린 적이 있다. 돼지 사육농가에서 8대 방역시설 설치를 아무리 잘 한다 하더라도 바이러스에 감염된 야생멧돼지가 농장 인근에서 폐사했을 경우 파리, 모기가 바이러스를 묻혀서 가지고 들어온다면 8대 방역시설을 설치했어도 헛일이 된다. 파리, 모기는 사람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들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이 병은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인 야생멧돼지를 줄이는 것 외에는 현재는 답이 없다. 110여 일의 짧은 임신기간과 많게는 한 배에 21마리 이상의 새끼를 낳는 풍산성을 감안하면 암컷 한 마리가 1년에 수십 마리의 새끼를 낳기 때문에 개체 수를 줄여야 한다. 환경부에서는 포획포상금을 올려서라도 반드시 나서서 개체 수를 줄여야 하지만 적극적이지 않다. 지금은 한 바늘만 꿰매면 되지만 잘못되면 나중에는 백 바늘, 천 바늘을 꿰매야 한다. 산림지형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야생멧돼지 마리 수를 조절하지 않으면 이 병을 퇴치하는데 유럽보다 두세 배 이상의 많은 기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갖은 노력을 통해서 퇴치하는데 30년이나 걸렸다.

우리 군은 38농가에서 14만6000두의 돼지를 사육 중에 있다. 군민 한 명당 2마리 이상씩 기르고 있는 셈이 된다. 가축방역팀 4명은 원팀이 되어 내·외부 울타리, 전실, 방역실, 입출하대, 물품반입시설, 방충시설, 폐기물보관시설 등 8대 방역시설 설치와 더불어 생석회 차단벨트 구축, 가축방역소독에 힘쓰고 있으며 AI뿐만 아니라 아프리카돼지열병 원천봉쇄로 제2의 국방을 지키기 위하여 밤낮을 가리지 않고 주말을 반납하는 등 가축방역에 최선을 다하여 육류가격 상승으로 인한 사회혼란을 미리 막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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