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욱(해남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문화예술은 시간과 공간의 한계라는 사슬을 끊고 문화예술을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또한 4차 산업혁명으로 문화예술 산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하지만 밀레니얼과 더불어 시작된 디지털 시대는 PC통신을 거쳐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전화기, 오디오, 카메라, PC 등 모든 전자기기가 스마트폰 하나로 통합됐고, 개인화된 미디어가 보편화되어 앱과 콘텐츠에 따른 문화취향이 손안에서 이루어지게 됐다.

미술품 구매는 전통적 투자 방식 중 하나다. 미술품 거래 규모는 날이 갈수록 커지더니 최근에는 이른바 MZ세대라 불리는 20~30대 젊은 층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고전적인 미술품 재테크가 최근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바로 암호화폐 기술과 결합한 디지털 예술 'NFT 아트'의 등장이다.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작품에 NFT 기술을 적용해 플랫폼에서 쉽게 기회를 얻고, 구매자들은 온라인 쇼핑을 하듯 플랫폼에서 예술품을 구매하고 거래하게 된다. 미술관에 가야만 만날 수 있었던 미술품을 웹에서 거래하고 소유하게 된다니 여태껏 상상도 못한 일이다.

'메타버스'는 NFT가 활발하게 유통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으로 통한다.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 합쳐진 가상세계에서 특정 아이템이나 자산이 NFT로 거래된다. NFT(Non-Fungible Token)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뜻으로, 기존의 가상 자산과 달리 디지털 파일에 고유의 식별 번호를 부여하여 서로 교환하거나 위조할 수 없다는 특징을 갖고 있으며, 예술시장에서는 일종의 디지털 정품 인증서 역할을 하고 있다.

제2의 비트코인으로 불리는 이러한 NFT는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 기술로 자산 소유권을 명확히 함으로써 게임, 예술품, 부동산 등의 기존 자산을 디지털 토큰화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NFT 거래는 어렵지 않다. NFT 작품 구매를 위해서는 먼저 전자지갑을 만들어야 한다. 물건을 살 때 지갑에 있는 현금이나 카드로 결제하듯, 전자지갑 안에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를 충전하여 결제하면 된다. 자신이 만든 디지털 작품을 NFT로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상화폐 지갑을 NFT 서비스에 연결한 뒤 원본을 보증하고, 가격과 로열티 비율을 설정하면 된다. 실물 작품도 스캔 등의 방식으로 디지털화해 NFT에 연결할 수 있다.

미술계에는 NFT를 통해 작품의 희소성에 대한 가치가 정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는 긍정적인 입장과 함께 NFT의 인기가 과대평가됐다는 비판적 시각이 공존한다. 가장 큰 장점은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의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NFT를 이용하면 아티스트가 자신의 작품에 직접 가치를 매기고 판매해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미술품이 거래될 때마다 원작자에게 수익이 배분되도록 설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동안 신진 작가들은 미술 시장에서 자신의 작품을 유통하기가 어려웠다. NFT 미술품 거래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보다 다양한 작품들이 유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새롭게 등장한 NFT 아트는 사라졌던 아우라를 복원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뒤흔들고 있다. 현실과 가상현실의 특징을 모두 갖춘, 새롭게 확장된 세계인 '메타버스'의 등장과 흥행을 앞당기고 있다. 점차 더욱 많은 사람이 디지털 아이템을 소비하는 시대다. NFT 아트도 기존의 미술과 완전히 다른 맥락에서 새롭게 등장한 것이 아니다. 실재와 가상이 혼재하듯, 가상의 공간에 새로운 가능성을 부여한 것에 가깝다. 앞으로 NFT 아트는 어떻게 진화할까? NFT 예술 시장이 기존 예술 시장과 공존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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