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상금(전 서울시의원)

 
 

묘서동처(猫鼠同處)는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다. 연말이 다가오면 교수신문의 사자성어를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이 무엇일까 하고 궁금해하는 어린이 같은 마음으로 기다리는 버릇이 있다.

교수신문의 사자성어는 2001년 뉴 밀레니엄(새천년) 시대와 함께 시작되었다. 그리고 매년 복잡하기 짝이 없는 정치적 이슈를 네 음절만으로 완벽하게 나타내기 때문에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에도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의 교수 880명에게 미리 제시한 6개의 사자성어 가운데서 추천을 받아 선정했다. 각주구검(刻舟求劍), 묘서동처(猫鼠同處), 백척간두(百尺竿頭), 이전투구(泥田鬪狗), 인곤마핍(人困馬乏), 유자입정(孺子入井) 가운데서 29.2% 지지를 얻은 묘서동처가 1위를 했다.

묘서동처의 출전은 중국 당나라의 역사책 구당서에 나오는 이야기다. 한 지방의 군인이 고양이와 쥐가 같은 젖을 빨면서 서로를 해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상관에게 보고했다. 그 상관은 고양이와 쥐를 잡아 임금에게 바쳤다. 이를 두고 모든 관료들은 예사롭지 않은 징조라 생각하며 복이 올 것이라고 기뻐했다. 그러나 오직 한 사람이 "이것들이 실성했다"라고 탄식했다.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이를 두고 "공직자가 위아래, 혹은 관련 사업자와 한통속이 되어 범법을 도모하는 현실을 곳곳에서 목도했다"면서 추천이유를 밝혔다.

추천된 나머지 사자성어 가운데 2위는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서 피곤하다는 인곤마핍(人困馬乏)으로 24.8%를 얻었다. 개가 진흙탕에서 물고 뜯고 사납게 싸운다는 이전투구(泥田鬪狗)가 17%로 3위다. 이어 칼을 강물에 떨어뜨리자 그 자리를 표시했다가 나중에 찾으려 한다는 각주구검(刻舟求劍)이 14.3%로 4위, 백 자나 되는 장대 위에 올라선 것처럼 몹시 위태롭다는 백척간두(百尺竿頭)가 9.4%로 5위, 아이가 물에 빠지려 한다는 유자입정(孺子入井)이 9.0%로 6위를 기록했다.

나는 요즘 차기 대통령으로 가장 유력한 여야 두 후보의 본인과 가족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드러나는 이런저런 추악한 모습이 마치 묘서동처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가슴을 파고드는 절묘함에 박수를 보낸다.

지난 해의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라는 아시타비(我是他非)와 비교할 때 우리 사회가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느 법철학자는 "인생은 다만 흐르는 추이를 알 뿐이고, 개념이 이 추이를 가로질러 예리한 경계를 짓는다"라고 했다. 우리가 이번 대선을 맞아 유의할 것 역시 세상은 대단히 복잡하고, 모호해서 누군가 "이것이 정의다"라고 선언해 주지 않는 한,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즉, 법은 세상을 이해하는 도구가 아니라 지탱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삶은 그 무엇으로도 명확히 정의할 수 없고, 세상 또한 명확한 묘사가 불가능한 거대한 흐름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선과 정의에 대한 목표를 잃어버리면 모두가 불행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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