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렬(빅또르악단 단장)

 
 

지난달 27일 열린 '오기택 전국가요제'를 10년 만에 참관하게 됐다. 10년 전에 비해 규모는 커졌지만 대회 진행은 엉성하기 그지없었다.

예정 시간을 한 시간여 넘겨 시작한 본 공연의 첫 순서는 초대가수의 축하공연이었다. 무려 5명의 초대가수가 40분 가까이 무대를 선점했다. 예정 시간을 2시간 지나서야 1번 결선 참가자가 어렵게 경연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팸플릿에 안내된 사람과는 다른 사람이었다. 참가자가 바뀐 것이었다. 참가자는 모두 세 명이 바뀌었는데 사회자는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다.

2번 참가자에 이어 3번 참가자가 경연을 마치자마자 또다시 초대가수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3명의 초대가수가 나와서 30분 가까이 무대를 누볐다. 가요제의 주인공이 결선 참가자인지, 초대가수인지 모르게 진행됐다.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과도하고 생뚱맞은 초대가수들의 공연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뒤를 돌아보니 심사위원석이 비어있었다. 분명 사회자가 5~6명의 심사위원을 소개했었는데, 단 두 분만이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는 것이다. 결선 참여자들의 경연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심사위원석은 비었다. 마지막 11번 참가자가 경연을 마치고 퇴장할 때까지 심사위원석은 단 두 분만이 지키고 있었다.

대한민국 가요제 역사상 길이 남을 한 편의 '블랙 코미디'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나중에 유튜브 채널에서 실시간 방송된 '오기택 전국가요제'를 찾아보니 심사위원 소개 부분을 몽땅 삭제했다. 가요제 경연 도중 심사위원들이 사라진 것을 감추기 위해서 삭제한 것이다. 이런 행사를 어찌 '전국가요제' 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가?

가요제는 예선을 통과한 참가자들의 결선 경연이 핵심이다. 그 밖의 공연은 본공연을 위한 부대행사일 뿐이다. 그러나 주최 측은 가요제와 직접 관련 없는 부대행사를 끼워넣기식으로 진행하며 예산을 변칙 집행했다. 이런 부대행사로 인해 본공연이 한 시간 넘게 지체되었는데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더욱이 본공연 결선 참가자와 같은 수(11명)에 달하는 초대가수의 축하공연을 집어넣어 가요제의 본질을 심하게 훼손시켰다.

'제14회 오기택 전국가요제'는 해남연예협회 회원들과 그들이 초대한 대중가수들이 주인공이었고, 본공연(결선 경연)에 참가한 이들은 한낱 들러리에 불과했다. 또한 해남군민들을 비대면 행사라는 미명 아래 철저하게 배제했다. '군민 없는 가요제', '군민을 무시하는 가요제'는 더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또한 '오기택' 사진만 내걸고 특정단체의 집안잔치에 이용되는 가요제는 더더욱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해남군민 누구도 이런 가요제에 군민의 혈세가 쓰이는 것을 더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해남군과 전라남도는 특별 감사를 통해서 이번 가요제의 불공정한 진행과 예산 집행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보조금 지급 취지에 벗어난 부적절한행사비를 회수하고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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