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칭찬박수는 실이에게 ``짝짝 짝짝짝 칭~찬``

“가족회의를 하면 아이들의 속마음을 알고 이해할 수 있어 좋습니다. 부모들은 내 아이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가족회의를 하다 보면 사실 절반도 모르고 있구나 생각하게 돼요.” “가족회의를 하면 뭐가 좋냐고요. 음, 누나 엄마 아빠에게 가진 불만도 다 털어놓을 수 있고, 내가 가진 고민도 말하면 어떻게 해야할지 방법이 생기거든요. 그래서 좋아요.” 날마다 가족회의를 하는 아빠 박성조(39 남도레미콘), 엄마 장미라(34 상업), 딸 진(서초 6), 아들 실(서초 4학년)이가 말하는 가족회의의 장점이다. 도대체 어떤 집이길래 날마다 가족회의를 하나, 매일 매일 회의를 할 수 있는 꺼리는 있기나 하나, 회의라면 딱딱한데 아이들은 진짜로 이 회의를 원하고 있나, 쌓인 의문을 가지고 박성조씨 집을 찾았다. 회의는 아빠가 주관하며 서기까지 겸했다. 성민교회에 다니는 이들은 예배와 가족회의를 겸하고 있었다. 시작은 성경 한 장을 읽고 난 후 느낌을 서로 주고받기. 짝∼ 온 가족이 박수 한 번 치면서 다음 순서로 이동. “다음은 1일1선, 오늘의 착한 일을 이야기하는 시간입니다.” 이 순서는 하루에 한가지라도 남을 위해 선한 일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미라씨가 오늘은 낮잠도 안자고 열심히 일했고 새벽부터 주변 청소를 했노라고, 아빠 성조씨는 새벽에 진이와 실이를 위해 기도했다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다음은 이것만은 고칩시다. 진이는 실이가 누나 대접을 하지 않는다며 누나대접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실이의 대답은 뜻밖이다. 부모님은 나한테만 잘못했다고 하는데 누나가 먼저 나에게 시비를 걸어오고 잘못할 때는 어떻게 하냐고 되묻는 것. 생각지도 못한 말에 순간 당황한 성조씨와 미라씨. 역시 애들 마음을 다 아는 것 같아도 절반도 모른다니까.  그래서 토론 끝에 서로 부당한 일을 당할 때 그때 부딪히지 말고 엄마 아빠에게 신고하기로 결정했다. 공개적으로 처리하자는 것이다. 다음 순서가 이 집 가족회의의 특별한 점이다. 한 명이 다른 세 명의 장점과 단점을 말하는 시간. 아빠가 실이에게 말했다. 실이의 장점은 많이 솔직해져서 너무 좋다.  온가족이 이구동성 동의하자 바로 ‘짝짝 짝짝짝 칭∼찬’리듬감 있는 칭찬 박수가 쏟아지고 실이 어깨가 으쓱해진다. 아이들은 시도때도 없는 아빠의 방귀와 엄마의 야한 집안 옷차림을 지적했다. 하지만 오늘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른 것은 실이가 연락도 없이 학원에 자주 가지 않는 것.  누나 진이가 “ 다른 아이들은 학원에 안가면 엄마한테 전화하잖아, 너도 그렇게 해” “엄만 내 말도 듣지도 않고 무조건 가라고 하는데 전화해서 뭘 해” 실이의 불만이다. 엄마는 실이가 학원 안 가는데 재미를 붙일까봐 걱정돼서 그렇지. 또 니가 엄마 아빠를 자꾸 속이잖아” “나는 수학 한 과목만 받고 싶단 말이야. 그리고 누나는 학원에 안 가잖아” 아빠 성조씨가 정리하고 나섰다. “실이가 학원에 가지 않는 이유는 첫째, 수학만 하고 싶고, 둘째, 누나는 학원에 가지 않고, 셋째, 엄마는 전화해도 가라고만 하기 때문이라 이거지” “그런데 누나는 학원에 가지 않아도 알아서 공부하고 있고 또 누나랑 너랑 비교할 필요 있니” “수학만 할 수 있는지는 선생님과 상의를 해봐야겠구나, 그러면 엄마랑 실이랑, 학원선생님이랑 만나서 상담을 한 후 다시 이야기 해보기로 하자” “그래요.” 문제와 그 해법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가 오간 후 결론이 맺어지자 성조씨가 다음 순서로 이야기를 넘긴다. 어느 것 하나 본인에게 중요하지 않은 일이 없기 때문에 반드시 납득이 가는 결론을 내고 이를 모두가 책임감 있게 실천하는 것이 가족회의를 지속시킬 수 있는 힘이라고 한다. “다음은 광고시간입니다.” 오늘 광고는 목요일 날 진도 할아버지가 해남체육대회에 오시는데 집에 올 수 있는지 아니면 가족이 가서 만날 건지를 할아버지와 연락해 정해야 하는 것과 내일 야영을 가는 실이에게 야영을 다녀온 진이가 주의할 점과 준비물을 챙겨주는 것이었다. 오늘 회의에서는 할아버지와 연락하는 것은 아이들이 맡기로, 실이 학원문제는 학원선생님과 엄마 실이가 상담을 하는 것, 진이가 실이의 야영준비물을 챙겨주는 것, 오늘 저녁은 외식을 하는 것으로 결정났다. 아빠 충조씨가 아이들과 부인에게 일일이 축복 기도를 해주고 가족회의가 끝났다.  이 가족은 벌써 1년도 넘게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밤 8시 가족예배를 겸한 가족회의를 하고 있다. 그 결과인지 실이는 반회장이 됐고 진이는 이제 행복을 되찾았다. 이 시대의 어느 가족이나 그렇듯이 이들 부부는 맞벌이 전선에 나섰고 당연히 아이들 키우는 것이 큰 문제 거리가 됐다. 아이들과 대화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고, 아이들은 나름대로 고민을 가지고 커가고 아빠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진이가 4학년 때 학교생활이 어렵다는 말을 종종 했지만 성조씨는 진이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클 때는 다 그런 것이 아니겠냐고. 어느 날인가 직장에서 돌아와 침대에서 흐느끼고 있는 아이를 본 순간 성조씨는 머리가 멍해졌다. 아이가 이토록 마음에 큰 상처가 난 것을 왜 진작 몰랐을까.  5학년 내내 힘든 1년을 이들 가족들은 가족회의를 통해 충분히 대화하고 해결책을 찾아내 이를 잘 극복해냈다.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난다는 미라씨는 어른들에게 사소하지만 아이들은 아주 심각하게 느끼며 그 상처를 치료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며 가족회의가 우리가족을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아이들이 이 시간을 더 기다린다. 이 시간에는 아이들을 둘러싼 학교생활, 친구관계, 이성관계, 남매관계, 선생님관계, 부모관계, 모든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이야기할 수 있고 또 중요하게 거론되며 해결되기 때문이다. 성조씨는 “가족회의는 아이들이 커서 정말로 어려울 때도 가족이라는 최소한의 울타리 속에서 어려움을 나누며 문제를 함께 풀어갈 수 있는 기초가 될 것”을 믿는단다. 미라씨는 말한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부모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고.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내지만 부모가 대답이 없으며 아이들도 마음을 닫아 버리기 때문에 가족간에도 민주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야한다고.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