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먹통·엉뚱한 반주 등 눈살
예심 탈락하고도 본선행 공정 시비
일부 심사위원 경연 중 귀가하기도
8000만원 전국 행사가 동네잔치로

도비와 군비 등 8000만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마련한 오기택 전국가요제가 졸속진행에 공정성 논란까지 불거지며 대회 취지를 상실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 해남지회(이하 해남연예협회)는 지난달 27일 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비대면 유튜브 생중계 방식으로 '제14회 오기택 전국가요제'를 개최했다. 당초 9월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가 다시 확산하며 두 차례 연기 끝에 이날 개최된 대회는 부대행사와 전남연예협회 가수들의 트로트 공연, 초청가수 등의 축하공연, 전국가요제 본선 경연 무대 등으로 꾸며졌다.

그런데 가수와 경연자 공연 도중에 마이크가 먹통이거나 다른 노래 반주가 나와 공연에 차질을 빚고 도중에 중단되기도 했다. 또한 조명이 제대로 출연자를 비추지 못했고, 영상 또한 노래와 상관없는 후지산이 배경으로 나오는 등 매끄럽지 못한 진행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전국가요제 본선과 가수 공연은 팝오케스트라 라이브연주로 꾸며져 악기 세팅이나 리허설이 필요했지만 해남연예협회 소속 회원들과 동아리들의 공연에 전남연예협회 트로트 공연 등 부대행사가 과도하게 많아 길게 이어지며 주객이 바뀌다 보니 리허설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또 전국가요제 본선 무대는 예심을 통과한 11명이 참여했는데 이 가운데 3명의 경연자가 교체돼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주최 측은 코로나로 대회가 연기되면서 일부 참가자들이 개인 사정이나 교통사고로 참석하지 못해 예심에서 차점자들을 본선에 올렸다고 해명했지만 사실과 달랐다. A 씨는 "예심에 떨어졌는데 우연히 한 결선 진출자가 펑크났다는 얘기를 지인에게 듣고 해남연예협회에 전화를 걸어 결선에 참여하고 싶다는 요청을 해 결선 무대에 오르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총 650만원의 상금이 수여되는 전국대회인데도 사전공지나 재예심 없이 전화 한 통으로 출연자가 바뀐 셈이다.

심사도 공정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심사는 한국연예협회 간부 4명 등 모두 6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뒤쪽 경연자부터는 심사위원 4명이 자리를 떠 서울로 귀가하는 바람에 2명으로만 심사가 진행됐다. 심사위원들에게는 심사비가 주어지고 6명의 점수 중 최고와 최저 점수를 제외하고 합산해 입상자를 선발하는데 심사 기준 자체가 무시되고 사전에 입상자가 결정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애당초 심사위원이 5명밖에 없었고 경연 시작 후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자리를 떠났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으며, 입상자들의 실력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오기택 없는 오기택 가요제'도 문제이다. 해남을 대표하는 오기택 가수를 기리고 신인 가수를 발굴하는 것이 대회 취지인데도 본무대 시작 전에 오기택 가수의 히트곡인 '아빠의 청춘'을 전체 출연자들이 합창하고 가요제 경연자 11명 가운데 2명이 오기택 씨의 노래를 부른 게 전부였다. 나머지는 해남연예협회 관련 행사로 채워졌다. 특히 전남연예협회 소속 가수들의 트로트 공연무대까지 끼워 넣으며 연예협회의 행사가 주가 된 꼴이다. 또 본무대 경연자가 11명인데 초청가수가 이보다 더 많고 일부 가수는 4곡을 부르는 등 가수들 잔치로 전락했다.

이번 대회는 군비 3500만원, 도비 3500만원, 자부담 800만원 등이 투입됐는데 무대 설치비나 음향, 조명, 영상 등 장비 임차료, 대회 사례비와 진행비 등에서 과다지출이 눈에 띄고 결과적으로 졸속으로 진행돼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역의 한 문화예술계 인사는 "수 천만원이 들어간 대회인데도 형편없는 진행과 공정성 논란이 빚어진 데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공론화를 통해 대회 존폐 여부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남연예협회 박태일 회장은 "코로나 여파로 일정이나 전체 구성에 차질이 빚어졌고 준비도 부족했다"며 "당일에는 부대행사 진행이 늦어져 가요제 본무대도 당초보다 한 시간 넘게 지체됐고, 서울에서 온 심사위원들이 KTX 시간을 맞추다 보니 부득이하게 자리를 먼저 떠나게 됐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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