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고·지역사회 생명 사랑 '뭉클'
300만원 넘는 성금 모아 대수술 마쳐
담양 가정집에 입양해 새 삶 주선

 
 

학생들과 지역사회가 나서 모금운동까지 벌이며 학대받은 유기 고양이 살리기에 나서 감동을 주고 있다.

해남고등학교에는 지난해 2월부터 반가운 손님이 둥지를 틀었다. 거리를 떠돌던 어미 고양이가 2층 체육관 안에 새끼 5마리를 낳았고 학교 측 배려로 학교 바깥 계단 근처에 박스를 만들어 이들의 임시 거처를 만들어줬다. 그러던 중 어미가 새끼 3마리만 데리고 나갔고 2마리가 남게 됐는데 학생들은 등교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이들에게 먹이와 간식도 챙겨주고 교감을 나누며 정을 쌓아갔다. 힘든 학업생활에 학생들은 고양이들의 애교가 큰 위안이 됐다.

고양이들은 학교 마스코트가 됐지만 지난해 11월 이 중 한 마리가 불의의 사고로 죽었고 유독 털색깔이 노란 고양이 한 마리만 남게 됐다. 학생들은 이 고양이를 '치즈'라 부르며 아껴주었다.

그런데 최근 고양이 치즈가 큰 상처를 입은 모습으로 발견됐다. 한쪽 눈은 튀어 나왔고 얼굴이 틀어지고 두개골과 코, 턱 등 뼈들이 모두 부서진 채였다. 누군가 강한 물건으로 내려쳤거나 맨바닥에 강하게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학대를 저지른 것이다.

거리를 떠돌다가도 학교 보금자리로 찾아왔던 치즈는 이날도 평소 믿고 따랐던 학생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려는 듯 학대받은 몸으로 학교에 나타났고 그런 모습을 발견한 학생들은 치즈를 살려야겠다는 마음에 힘을 뭉쳤다.

김용욱(2년) 학생은 "워낙 상처가 심해 큰 동물병원에서 수술을 해야 했는데 수술비가 많이 들다 보니 교내 생명동아리 회원들을 중심으로 학생들을 상대로 모금운동을 펼쳤고 이런 사연을 어떤 분이 맘카페에 올려 카페 회원분들까지 나서 300만원이 넘는 수술비를 모으게 됐다"고 말했다.

또 치즈의 수술을 위해 교사와 맘카페 회원이 병원까지 이동봉사에 동참해주기도 했다.

치즈는 대수술을 마치고 다행히 생명을 건졌고 해남고 학생이 입양을 결정해 거처를 옮겼지만 더 나은 치료와 환경을 위해 최종적으로 지난 21일 담양에 있는 가정집으로 입양됐다.

채지혜(2년) 학생은 "치즈가 한쪽 눈이 적출돼 보이지 않지만, 앞으로 예쁜 것 많이 보고 잘 먹고 잘 크기를 바랄 뿐이다"며 "길거리에 버려진 작은 생명도 소중한 생명이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