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미(전남대 교수)

 
 

화창한 봄날, 그리고 단풍 물드는 가을빛과 함께 열리던 지역의 축제가 줄줄이 취소되거나 축소되었다. 코로나19로 시행해온 거리두기는 물리적 거리뿐만 아니라 자유롭게 활동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를 제약해 왔다.

누가 뭐래도 축제는 직접 참여해야 재미있다. 세계화에 성공한 대부분 축제들은 참가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성공의 바탕을 두고 있고, 참여 관광객들의 사후평가 SNS 입소문을 통해 축제의 성공과 지속성을 좌우한다고 볼 수도 있다.

지역 축제의 특성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상업성을 배제할 수가 없다. 그 지역 농산물 및 특산물에 독특한 아이디어를 입혀 축제의 소재로 삼고 있어, 방문자를 타깃으로 한 구경거리 제공과 구매를 통해 더 큰 이익을 가져오게 하는 기획이 들어있다. 대부분은 축제 현장에서 직접 판매해 수익을 내고 있으나 지역 특산품의 광고 효과로 특산물을 장기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판로를 여는 간접적인 수익을 노리기도 한다.

세계화에 성공한 지방도시의 축제들은 규모가 큰 축제가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자리매김하고도 장기간 지속할 힘을 얻는 것은 그 축제에 특정 가치를 입힐 때이다. 즉, 그 지역의 역사적 배경이나 문화 환경에 따라 인권, 환경보호, 전통 계승, 자유주의 정신과 같은 시대를 대변하는 가치를 입힌 축제이다.

축제 속에 승화된 정신은 자발적인 마니아나 서포터스를 만들고 반복 참여와 존속의 힘이 되기도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비만을 위한 것이 아니더라도 이제는 단지 사람의 발길을 기다리는 축제로부터 역발상이 필요한 때이다. 상호 교류가 적어지거나 차단된 지역 축제에서 가상공간인 '메타버스' 플랫폼에 디지털 관광 축제를 잇는 것이다.

시공간의 물리적인 제약 없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메타버스'의 세계다. 메타버스(Metaverse)는 초월, 추상이라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 세계와 같은 생활이 가상에서 이뤄지는 공간을 뜻한다. 말 그대로 가상세계 속 자신이 흥미롭게 치장한 아바타를 통해 실제와 같은 사회·경제적 활동을 하는, 현실과 연관되는 또 다른 세상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메타버스 서비스는 전 세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글로벌 IT 서비스 기업인 페이스북의 회사명을 메타(Meta)로 바꾸어 메타버스 전문회사로 전환을 꾀하는 것처럼 메타버스는 실제로 현실과 공존할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도 대학가와 과학기술계를 중심으로 학술회의나 청소년 과학페어를 메타버스 공간에서 진행하였고, 집계된 메타버스 플랫폼 누적 조회 수가 그 확장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

물리적 시간적 한계에 제약을 받는 MZ세대에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상 증강현실 등 메타버스 기술은 여기에 눈높이를 맞추는 신개념 축제의 관광 콘텐츠를 더한다면 잠재적 관광소비층을 키워내는 수단이 될 것이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용어다.

도시를 중심으로 인프라가 구축된 시설에서만 열렸던 과학·문화 체험, 전시 공간, 프로그램, 네트워크 등이 대한민국의 땅끝에서도 세계를 끌어들이는 초연결 글로벌 축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경제, 사회, 문화의 인프라와 인구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지속되면서 지역의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으로 지방이 소멸하거나 지역의 잠재적 역량이 저하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역의 자립성장을 위한 잠재력을 키우고, 지역 간의 경제적, 사회적 격차를 줄여가기 위해 가상 관광과 실제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 관광을 연결하는 효율적 전략과 시스템을 고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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