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인기(본사 대표이사)

 
 

전형적인 농촌지역인 우리 해남에서 지난 한 달 동안 그동안의 농업희생을 바탕으로 한 개발과 성장정책이 드리운 농업·농민·농촌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전국적인 행사와 이를 극복하려는 지역민들의 희망적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26일 땅끝마을에서의 '국민총행복 농산어촌 개벽대행진' 출범식에 이어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해남민회에서는 궁핍한 농산어촌의 현실과 그 해결방안에 대한 절절한 외침이 있었다. 개벽대행진은 앞으로 전국 8개 시·도, 16개 시·군을 거친 후 내년 1월 중순 서울 대행진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한국사회는 그동안의 각자도생의 정글사회에서 벗어나 이제는 인간의 보편적 희망인 국민총행복으로 전환해야 하며 농민이 행복해야 국민이 행복하다고 주장한다.

엊그제인 10일에는 '트랙터 전국순회투쟁 해남결의대회'가 열렸다. 오는 17일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주도하는 농정대전환을 위한 농민총궐기 투쟁의 시작으로 해남군 농민회가 연 행사였다. 면 단위 농민들이 몰고 나온 트랙터 30여 대와 트럭 130여 대가 해남읍 시가지를 행진한 후 군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들은 정의로운 농정대전환을 주장하면서 농민기본법 제정, 식량주권 실현. 농지를 농민에게, 기후위기 대응과 공공농업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농산어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지역운동도 일어나고 있다. 북일면의 북일초등학교와 두륜중학교가 폐교 위기를 맞고 있다. 북일초는 내년 개교 100주년을 앞두고 전교생이 18명밖에 되지 않으며 두륜중도 19명에 불과하다.

이에 북일주민자치회를 중심으로 민·관·학 거버넌스를 만들어 이달 초 '우리 학교 사라지지 않게 도와주세요'라는 구호로 학교 교정에서 학생 모심 캠페인을 개최하고 9일에는 서울시청 광장에서 학생 모심 퍼포먼스와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러한 북일 주민들의 절절한 호소는 많은 언론과 도시민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 결과 12 가구가 학교를 다녀가고 100가구 넘게 문의나 상담을 했다고 한다. 주거문제 해결 등 철저한 준비로 부디 학생 모심 운동이 성공하기를 빈다.

지난 6일에는 북평주민자치회 주민총회가 열렸다. 자치활동가들인 200여 명의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주민들이 발굴한 9개의 의제에 대한 설명을 거친 후 내년에 시행해야 할 의제를 고르는 투표를 거쳐 '관광길과 마을 길을 연결하니 살길이 열리다'와 '마을 교육공동체 활성화 온 마을이 학교'가 선정되었다. 이날 주민총회는 해남에서 처음 열려 많은 관심을 끌었으며 이 총회를 지켜본 어느 군의원은 많은 주민들의 참여와 열의에 찬 토론에 감동했다며 주민자치의 희망을 보았다고 말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이 주인이다. 따라서 주권자인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행복권이 보장받아야 한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라는 형식적 내용만으로 이러한 국민의 존엄성과 행복권이 당연히 보장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의 정치적 민주화 30년 역사가 이를 말해준다.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은 주인인 국민이 주인의식이 강한 민주주의자가 될 때 가능하다. 민주주의자 없는 민주주의는 빈 깡통에 불과하다. 따라서 아무리 강조해도 주민자치의 중요성은 지나치지 않다.

해남군민 모두가 강한 민주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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