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도현 시인이 지난 23일 땅끝순례문학관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안도현 시인이 지난 23일 땅끝순례문학관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새로운 시어와 다름, 재미 갖춰야 좋은 시"

 구질구질한 삶보다 더 뛰어난 시는 없어
'연어' 쓰면서 민중시에서 서정시로 변화

11월 20일 곽재구 시인

 
 

언제부터인지 세상은 안도현을 '연탄 시인'이라고 부른다. 연탄을 소재로 시 몇 편을 쓴 때문이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1994년 시집 '외롭고 높고 쓸쓸한'에 발표된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이다.

안도현(60) 시인은 지난 23일 땅끝순례문학관 야외무대에서 열린 두 번째 시문학콘서트에서 '시적인 것의 모색'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10여 년 만에 해남을 다시 찾았다는 그는 '출세작'인 이 시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연탄 시인'이나 '연탄재 시인'이라는 말을 듣게 한 시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연탄'이라는 소재를 떠올린 사연을 소개했다. 대학 졸업 후 전북 익산의 중학교 국어교사 시절에 5년간 전교생을 대상으로 백일장을 했다. 주로 제시된 시제(詩題)는 가을이다. 학생들의 소재는 거의 비슷했다. 낙엽, 단풍, 은행, 파란 하늘 등. 그러니 읽을 만한 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시적이라는 것은 남들하고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가을'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할까 5년간 고민했다. 당시 가을이 되면 난방용 연탄이 부쩍 눈에 띄기 시작했다. '가을=연탄'을 생각한 뒤 한참 뒤에 이 시를 쓰게 됐다.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연어'를 쓰게 된 배경도 설명했다. "우리나라에는 어린 왕자처럼 동화와 소설을 잇는 징검다리 양식이 왜 없는가라고 생각했다"면서 "연어를 묘사하기 위해 대신 피라미라고 생각했던 물고기 20~30마리를 잡아서 수족관에 키우면서 유심히 관찰했다"고 말했다. 피라미라고 여긴 물고기가 사실 7~8종류의 다른 어종이라는 걸 나중에 알고 머리가 띵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연어'를 쓰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됐다. 90년대 중반부터 민중시인에서 서정시인으로 배를 옮겨탄 것이다. "대학 1학년 때 광주항쟁이 일어났다. 시라는 것은 80~90년대 중반까지 세상의 부조리를 조금이라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연어를 쓰면서 그동안 민주화, 평등, 남북 분단 등 너무 큰 주제에 함몰되어 자잘한 것을 보지 못한 게 아닌가라고 고민했다. 지금은 식물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좋은 시'에 대해서도 나름의 지론을 밝혔다. "시 언어가 새롭고 생각도 새로워야 한다. 이를 종합하면 누가 읽어도 재미있어야 한다." 40여 년 시를 써온 그에게 시라는 것은 다름, 관찰, 재미가 내재된 결과물이다. 그러면서 우리의 구질구질한 삶보다 더 뛰어난 시는 없다라고 했다.

안도현 시인은 지난해 경북 예천으로 귀향해 계간지 '예천산천'을 발간하고 있다. 81년 매일신문(낙동강)과 84년 동아일보(서울로 가는 전봉준) 신춘문예로 등단해 '외롭고 높고 쓸쓸한' '바닷가 우체국' 등 11권의 시집과 동시집, 동화 등을 펴냈다. 동화집 '연어'는 11개국 언어로 발간되기도 했다.

원광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익산중 국어교사로 근무하다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된 후 8년 만에 복직했다. 지금은 단국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편 세번째 시문학콘서트는 곽재구 시인을 초청해 오는 11월 20일(오후 2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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