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식(마산초 용전분교 교사)

 
 

올해도 한글날 '계기교육' 하라는 공문이 왔던가? 학교 교육과정에 제시되지 않은 특정 기념일이나 시사적인 주제에 대해 이루어지는 교육 활동이 '계기교육'이다

여러 '계기교육' 중 한글날에 대한 '계기교육'을 하라고 할 때면 나는 막연했다. 한글의 우수성을 선양하고 한글을 만든 분들의 위업을 추모하기 위한 기념일이라는 말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걱정이었다. 부랴부랴 이미 나와 있는 남의 활동지를 사용하고 지나면 활동지는 쓰레기가 되었다. 내 수업 준비성의 미흡함과 교육 관계자들이 한글만 써서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음을 이해 못 하고 때 되어 '계기교육'하라는 공문에 '너희들이나 잘해'라며 자기들은 이것저것 외래어 섞어가며 한글을 오염시키면서 현장 교사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한다고 비웃기도 했었다.

그러다 교사 재량으로 할 수 있는 시간을 국어 시간 시수로 늘려 나름대로 재미있는 활동을 해보자고 한글날에 대한 '계기교육' 이야기를 만들기도 했었다. 그 이야기도 너무 오래 많이 써먹다가 올해까지만 하기로 했던 이야기가 담임교사를 하지 않는 지 꽤 오래된 오늘 생각난다.

자 잘 들어 보세요. 오늘이 한글날입니다. 말은 있는데 즉, 소리는 있는데 그 소리를 나타낼 기호 그러니까 글이 없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는 세종대왕이 여러 학자들과 함께 우리나라만의 글자를 만들기로 했답니다. 또 그 시대 외국에는 탐험하는 사람들이 많았답니다. 탐험가 '마젤란' 알지요? 그 사람이 바다를 항해하다 땅덩어리 하나를 발견했는데 이름을 지으려고 고민하던 중 아시아 조선이란 나라에서 글을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와 자기가 발견한 땅덩어리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했답니다. 새로운 글자를 만들려고 한 참 바쁜데 부탁을 하니 고민하다가 '아무렇게나' 해라 그랬답니다. 그래서 아메리카가 되었답니다.

몇 달 뒤 마젤란이 또 땅덩어리를 발견했다고 이름을 지어달라고 했답니다. 마침 그때는 글자를 '가. 나. 다' 까지 만들었을 때라 '가나다'라 해라 '가나다' 그래서 '가나다. 가나다' 부르다가 '캐나다'가 되었답니다. 그래서 우리 한글이 여러 나라에서도 알게 되고 또 배우려는 사람도 많아 유명해지고 한글과 한글을 만든 사람들을 추모하고 기념하기 위해 '한글날'을 만들었답니다. 그날이 오늘이랍니다. 자 그럼 자세히 글자를 살펴볼까요?

자연스럽게 국어 시간으로 연결해 자음, 모음, 홀소리, 닿소리를 설명하고 만든 원리를 설명해도 아이들은 멀뚱멀뚱. 모든 대중 매체에 넘치는 외래어에 익숙해지는 시대. 나도 그 속에 사는 생활인. 아이들에게 '계기교육'이 아닌 매일 일상에서 '한글'에 대해 알게 하는방법은 없을까? 내 답답함도 '한글날'이 지나면 온데간데없었다. 한글날이 오고 있다. 해남 사투리 가득한 책 한 권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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