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인기(본사 대표이사)

 
 

추석에는 한해 힘들게 농사지은 수확물로 조상에게 제사 지내고 성묘한다. 흩어져 사는 가족들이 오랜만의 만남을 즐기며 친인척 친지들과 회포를 푸는 '한가위만 같아라'는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이다.

우리 사회는 물질문명의 발달로 조상숭배와 부모와 어르신을 찾는 공동체 의식이 약화되어 추석 풍속도가 변화하던 중 지난해부터는 코로나의 전지구적 유행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부모들은 보고 싶은 자식들에게 맛난 음식 보내줄테니 내려오지 말고 용돈은 통장으로 보내라는 아쉬움 가득한 울부짖음의 플래카드가 해남의 온 지역을 뒤덮을 정도였다.

올해 추석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예년의 한가위만 같아라는 희망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최근 전국적으로 2000명 안팎의 대감염이 지속되고, 최근 송지면에서 코로나 홍역을 치러 더욱 불안하고 힘들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코로나와 함께 사는 세상인 위드 코로나 시대를 살아야 할 것 같다.

이번 코로나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인간이 풍요로운 삶을 위한 경제성장을 목표로 수 백년 동안 자연과 생태계를 파괴하는 개발중심의 물질문명이 초래한 결과라는데 큰 이의는 없는 것 같다. 이제는 만물이 공존하는 생태문명을 위한 사회 대개혁과 문명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한다.

전세계적인 생태계 파괴로 인한 인간생존과 인류문명이 절박한 위기에 처했다는 징후는 기후위기다.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한 무한 탐욕의 대량생산, 과다소비와 대량폐기의 결과 초래된 지구 온난화가 원인이다. 우리나라는 기후악당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정부는 기후위기 비상선언과 기후위기관련 법 제정을 통해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구성됐다. 과거 녹색성장이라는 미명하에 자본과 기업체를 배부르게 해온 사실과 현재의 미흡한 정부의 정책내용을 볼 때 정의 개념을 도입한 기후정의 실현 계획이 필요하다.

우리 해남은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가 가장 많은 농어촌지역이다. 기후위기가 심해지면 바로 닥쳐올 세계적인 문제는 식량위기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0%를 조금 넘는다. 그동안 공업중심의 성장정책은 농업을 희생의 제물로 삼아 이룩한 성장이었다. 새로운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에는 농업 농촌 농민의 회생과 중요성이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생태문명으로의 문명전환이 이루어지면 농어업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다. 농민의 행복이 국민의 행복이 되는 시대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정치의 시절을 맞았다. 세계에서 자살률과 산재사망률이 제일 높고 출산율이 제일 낮은 헬조선을 인간의 존엄성에 기초한 행복의 나라로 바꿀 책임은 정치에 있다. 누구나 공정을 내세운다. 공정은 반칙 없는 현상을 의미하는바, 이보다 중요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불평등의 문제다. 양극화가 심화되어 불평등이 심각한 나라에서는 '공정한 불평등사회'는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공정은 어찌보면 사회적 기득권의 논리일 수 있다.

사람은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코로나 사태를 통해 역설적으로 비대면의 생활을 하면서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외로움과 참담함을 절감했다.

공자가 말한 진정한 자유를 위한 '가난하면서도 즐거워하며(貧而樂) 부유하면서도 예를 좋아한다(富而好禮)'와 아프리카의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UBUNTU)'라는 평화운동의 정신을 새겨봤으면 한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