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싣는 순서|
① 김·고·배, 해남 대표 특산품의 현주소
② 제자리 걸음에서 도약이 필요한 김고배
③ 다른 지역 선점, 김고배 브랜드와 축제 왜 필요한가
④ 우리는 브랜드화, 축제 이렇게 성공했다
⑤ 김고배 브랜드화, 축제 어떻게 할것인가

 

김, 고구마, 배추는 해남을 대표하는 특산품이다.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그러나 '김·고·배' 산업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판로와 유통 문제, 기후변화 여파로 생산자들의 어려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또 다른 시군의 경우 이를 대표 브랜드화하고 축제 등을 통해 활성화를 꾀하고 있지만 해남지역은 김·고·배와 관련해 브랜드화와 축제가 없는 실정이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대안이 필요한지 알아본다. <편집자 주>

 

 
 

[김] 생산자 줄고 대기업만 배불려

해남에서 생산되는 김은 전국 생산량의 25~30%를 차지하고 있다. 마른 김과 자반 가공공장만 100여 개로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다.

600여 명의 어민이 연간 8만톤 정도의 물김을 생산하고 있는데 올해는 647억 원의 수입을 냈다. 김 양식 면적도 9600ha에 달한다. 김 수출 규모는 갈수록 커져 2019년부터 참치를 제치고 1위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6억 달러를 넘겼다.

수치상으로는 해남 김이 우리나라 김 산업의 중심역할을 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생산자는 밝지 않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마른 김과 자반공장은 200개를 넘었지만 현재 절반으로 줄었다. 돈을 많이 벌어 다른 업종으로 전환한 것이 아니라 수입은 줄고 생산량이나 납품, 판로에 도 한계를 느껴 문을 닫은 것이다. 5년 전에 6200원 하던 김밥용 김 한 톳 값은 현재 3200원으로 절반 정도가 줄었다.

조미김 시장과 김 수출을 이른바 대기업이 장악하다 보니 생산자들이 운영하는 김공장은 하청업체로 전락했고 대기업들은 하청업체에서 김을 싸게 들여와 조미김을 만들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수출로 돈을 벌고 있는 상항이다. 해남의 경우 조미김을 만들 수 있는 공장이 없고 물김처럼 수협이 나서서 위판을 해주는 상황도 아니어 대기업 납품에 의존을 하고 있다. 

마른김 가격이 떨어지다 보니 원료인 물김 가격도 하락하고 있고 인건비와 관리비는 높아져만 가는데 투자 대비 수익률이 떨어지다 보니 빚만 늘고 재투자는 어려워 품질하락이 뒤따르고 그래서 문을 닫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 여기에 일본 업체가 우리나라 조미김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어서 생산농가의 반발을 사고 있다. 김 산업은 갈수록 커나가는데 돈 버는 사람은 따로 있는 셈이다.

해남군은 해남 김의 명성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온 상승에 따른 품질 저하를 막고 더 나은 종자를 생산하기 위해 화원면에 수산 종자 육종연구소를 만들었고 그 옆에 김종자 연구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현재 국비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 답이 없다. 몇 년 전에는 '땅끝 해남'이라는 김 브랜드로 포장재를 농가에 지원하기도 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고 일부는 해남 김을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신안이나 완도 등 다른 지역 김으로 둔갑해 판매되고 있다. 

국회 차원에서 김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지만 아직 현장에 와 닿는 정책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고 생산자보다는 유통상인과 수출 기업에 치우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고구마] 시설에 밀리고, 품질에 밀리고

해남은 1960ha 재배면적에서 연간 3만3000톤의 고구마를 생산하는 고구마 주산단지로 전남 도내 재배면적의 35%, 전국 재배면적의 9%를 차지하고 있으며 연간 700억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고구마말랭이와 고구마빵 등 제조·가공업체 매출액도 연간 155억 원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일조량이 풍부하고 황토 땅에서 해풍을 맞고 자랐기에 당도가 높고 식이섬유와 무기질 성분이 많아 지리적 표시농산물 42호로 등록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서서히 명성에 틈이 벌어지고 있다. 해남은 중소농 비율이 65%로 대농(5만평 이상)보다 높은데 중소농의 경우 생산된 고구마를 밭떼기나 kg저울떼기로 중간상인에게 넘기거나 생산자협회를 통해 인터넷 판매에 나서고 있다. 화산지역 농가들은 화산농협과 계약재배 방식으로 판로를 확보하고 있지만 전체 농가의 일부분에 머물고 있다. 중소농은 생산량이 적다 보니 저온창고도 없을 뿐더러 1대당 1억 원이 넘는 세척기도 보유할 수 없는 상태여서 대부분 흙고구마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제값을 받기 힘든 구조이다. 대농도 세척기와 저온창고 두 가지를 가진 농가가 4명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6년 산지유통센터를 신축한 서영암농협은 농가와 농업인이 수확한 고구마를 산지유통센터에 출하해 수확 시기에 발생한 상처를 큐어링(아물이) 처리하고 12개 저온창고에서 적정온도로 저장 관리해 수확 후 다음 해 여름까지 출하가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 영암 고구마가 해남보다 선호도가 높고 가격을 더 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해남에서도 고구마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2024년까지 30억 원을 투입해 지역특화 클러스터 단지를 만들 예정이다. 고구마 저온저장시설을 증설해 출하 시기를 조절하고 가공시설을 구축해 반가공제품을 생산하며 공동 브랜드 개발, 제품 마케팅, 체험·관광 프로그램 개발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외래종 품종을 대체할 해남만의 특화된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고구마 연구소도 건립할 계획이다. 해남군농업기술센터와 고구마 농가는 이에 발맞춰 해남군고구마생산자협동조합을 만들어 다음달 출범할 계획인데 수익과 배분 구조를 바꾸고 공동출하와 품질 향상을 위해 힘을 모은다는 방침이지만 중소농의 참여를 어디까지 이끌어낼지 숙제로 남고 있다.

 

 
 

[배추] 산지 폐기·껌배추 악순환의 연속

봄 배추는 충남 예산과 경북 문경, 여름 배추는 강원도 고랭지 배추, 가을과 겨울 배추는 해남이 대표한다. 해남 겨울배추는 재배면적이 2500ha로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김장문화가 소규모로 바뀌면서 절임배추 시장은 갈수록 인기를 끌고 있다. 비위생적인 중국산 절임배추 공정이 문제화되며 위생이 강조되고 코로나19에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으며 우리나라 김치 수출은 지난해 143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무려 36%나 늘었다. 

그러나 배추의 경우도 곧 깨질 얼음 위에 놓인 것처럼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노지 채소이다 보니 가격변동이나 수급안정, 병해충 피해에 취약하고 여기에 기후위기까지 겹치면서 반짝 금배추가 되다가도 껌배추가 되는 가격 폭락 사태를 맞기도 한다. 수급조절 실패와 과잉생산으로 가을배추가 쌓이다 보니 겨울배추는 수확도 못하고 산지에서 폐기처분된다. 올 1월에는 한파로 무려 1700ha가 피해를 입기도 했다. 가격이 좀 오르려 하면 이번에는 수입김치가 무분별하게 유통되며 배추 가격을 떨어뜨리게 된다. 과잉생산에 대비해 지원금을 주며 휴경제를 도입하기도 했지만 마땅한 대체작물이 없어 참여율이 소수에 그치고 있다. 

유통과정도 문제이다. 배추는 주산지 농협을 통해 5~10%만 계약재배가 되고 있다. 수급안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산지 수집상을 통해 밭떼기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격이 높을 때는 중간상인만 배 불리는 구조이고 가격이 폭락할 때는 표준계약서 작성이 일반화되지 않다 보니 일방적인 거래 중단이나 계약금만 물어주는 식으로 농가들에게 손실이 떠넘겨진다. 농협은 계약재배 물량을 늘렸다가 피해가 날 경우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위험 때문에 계약물량 확대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가격폭등의 경우 수입김치 도입 등 대책으로 일관하고 가격폭락에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해남군은 고구마와 함께 배추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480억 원 규모의 김치전문생산단지 조성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국비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원재료 및 식품 저장·물류센터, 가공공장, 김치 성분 기능성 연구센터, 창업·수출·R&D 등 지원 인프라를 구축해 해남의 특화된 전략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또 최근에는 농식품부의 '2021년 채소류 출하 조절시설 지원사업'에 화원농협이 선정돼 100억 원을 투입해 저온저장시설과 예냉시설 등을 갖춘 대규모 배추 출하 조절시설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그러나 투자 대비 효율성이 의문인데다 생산자를 위한 근본 대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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