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인기(본사 대표이사)

 
 

복 받은 땅이던 해남이 기록적인 이틀간의 폭우로 사망사고와 농작물의 침수피해 등이 심하여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다. 폭우피해 복구를 위한 민관의 노력이 한창인 가운데 30도가 훨씬 넘는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우리를 더욱 힘들고 짜증나게 한다.

이번 물폭탄 같은 폭우는 앞으로 몇십 년 후에나 다시 올지도 모르는 어쩌다 닥치는 재난일 것인가. 최근 캐나다 등 북미지역이 50도에 이르는 폭염으로 신음하고 있고 독일 등 유럽과 중국, 인도의 유례없는 폭우로 인한 엄청난 인명피해를 보면서 굳이 과학자들의 견해를 빌리지 않더라도 지구의 기후 환경이 지난날과 다른 절박한 '기후위기'라고 세계인들이 실감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후위기를 염려하는 전 세계적 목표인 2050년 탄소배출 제로라는 탄소중립화 정책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리는 지난 1년 반 동안 코로나19에 예전의 일상생활을 빼앗긴 채 힘들게 살아왔다. 백신 접종으로 올 가을이면 집단면역을 이루어 코로나로부터 해방될 거란 기대를 가져왔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 4차 유행을 맞으면서 전염력이 강한 델타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코로나 사태는 얼마나 더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전망이 더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코로나 사태와 기후위기는 다른 현상으로 보이지만 뿌리는 같다. 코로나 사태는 기후위기 가속화와 동시에 진행되고 있으며 서로 얽혀있다고 한다. 인간이 개발과 성장을 최우선의 목표로 자연과 생태계를 파괴하여온 신자유주의적 물질문명의 부산물이다. 각자도생이 중심이 되는 정글문명이 계속된다면 기후위기는 인간의 존속을 위협하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다.

기후위기와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농민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살림살이가 힘들고 청년 일자리는 반토막 나고 부동산 가격의 폭등으로 자산 격차를 확대시켜 우리 사회의 양극화로 인한 불평등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기후위기와 코로나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개발과 성장을 통한 경쟁과 효율의 문명에서 생명과 평화를 목표로 하는 상생과 배려의 생태문명으로의 문명전환이라 할 수 있다. 기후위기 극복은 살기 좋은 지구환경을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하는 우리들의 기본적인 책무이자 미래세대의 인권문제가 된다. 단순히 코로나 사태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감이 아니라 새로운 일상을 건설하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길로 나서야 한다고 본다.

생태문명을 향한 새로운 국가적 출발은 정치적인 문제다. 대통령 선거는 국가와 국민들에게는 언제나 중요하지만 내년의 대통령 선거는 앞으로 5년 동안이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결정적인 시간이 될 수 있어 더욱 그렇다. 대통령 선거에 나서겠다는 많은 후보들의 출마선언문에는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후보는 없는 것 같다.

우리 해남은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가 가장 많은 농어촌지역이다. 생태문명으로의 문명전환이 이루어지면 농어업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다. 농민의 행복이 국민의 행복이 되는 시대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다. 국민들이 생태문명으로 전환을 국가정책의 우선순위로 삼게 하고 우리 모두 일상적인 삶의 현장에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을 찾아 실천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절박한 시대적 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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