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읍내 순환버스 도입에 대한 필요성은 그동안 꾸준하게 제기되어 왔다. 아파트 밀집 주거지역이 생기면서 구교리권과 해리권으로 나뉘어 두 지역을 걸어서 가는데 짧아도 30분이 걸리기 때문이다.

상당수 학생들이 부모의 출근길에 차로 등교를 하면서 학교 앞과 주변 도로는 대도시 못지 않게 교통혼잡이 빚어진다.

집에 차가 없는 학생, 터미널에서 내려 학교로 이동해야 하는 면단위 학생은 20~30분을 걸어서 등교해야 한다.

노인과 장애인 등 교통약자도 병원이나 이미용실, 관공서나 복지관, 전통시장을 가고 싶지만 택시를 타기는 애매한 경우가 많다. 복지관 자체적으로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지만 말 그대로 복지관을 이용하기 위한 것이고, 교통약자 콜택시도 있지만 바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예약을 해야 하고 예약자체도 힘들며 번거로운 게 현실이다.

농어촌버스도 읍내 중심권에는 정거장이 4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읍내 순환버스 도입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택시업계의 동의나 합의 도출이 전제돼야 한다. 코로나로 가뜩이나 승객이 감소하면서 생계가 위협받고 있는 실정에서 선뜻 이야기를 꺼내기도 힘들다. 택시기사들은 지금도 해남군의 교통정책이 농어촌버스 쪽으로 쏠려 있다며 택시전용카드나 임차 택시 도입 등 택시업계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읍내 순환버스 도입은 택시업계와 상생방안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부터 읍내 순환버스를 도입한 경북 성주군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다. 터미널에서 전통시장까지 순환노선의 경우 택시업계에 맡기고 손실은 군에서 보전하는 다람쥐 택시를 운행하고 있다고 한다. 호응도가 높아 노선과 운행대수도 늘어날 전망이다.

다수를 위해 소수를 무조건 희생시킬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필요성을 알고 있으면서 외면하는 것도 책임행정은 아니다.

이번 기회에 이해당사자 간, 그리고 다양한 계층이 공론화의 장을 마련해 서로 대화를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유동인구가 많은 오전 특정시간에 한해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읍내 순환버스 대신 읍내 순환택시나 셔틀택시를 도입하거나 병행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그냥 덮어두거나 말 꺼내기를 무서워해서는 안 된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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