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일 월성교 아래 제방이 무너지면서 하우스가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다.
▲ 북일 월성교 아래 제방이 무너지면서 하우스가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다.
▲ 월성천에 시설된 호안블럭이 폭우를 견디지 못하고 유실되거나 파손된 채 널부러져 있다.
▲ 월성천에 시설된 호안블럭이 폭우를 견디지 못하고 유실되거나 파손된 채 널부러져 있다.

제방 곳곳 붕괴되고 범람해 농경지 침수

신월지 수문 막히고 배수갑문 2개도 먹통 
주민들 "자연재해에 인재 덮친 격" 주장
90억 들인 정비사업도 다시 해야 할 처지

지난 5~6일 이틀간 북일에는 602㎜라는 재난급 폭우가 쏟아졌다. 시간당 110㎜의 집중호우도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역대급이다. 지난 12일 찾아간 월성천 현장은 곳곳의 제방이 무너지는 등 수마가 할퀴고 간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월성천은 두륜산 자락에서 신월배수장을 거쳐 바다로 흘러가는 길이 5㎞, 폭 14~50m의 지방하천이다.

주민들은 이번 피해의 주범으로 '엎친' 자연재해에 인재가 '덮친' 때문이라고 말한다.

면소재지에서 북평 방향 도로의 월성교 바로 아래 하류. 왼쪽 제방 20여 m가 무너지면서 폭 2m 정도의 시멘트 길이 사라졌다. 길옆 하우스는 제방이 급류에 휩쓸려가면서 지주대만 아슬아슬 걸쳐 있다.

100m 정도 하류를 따라가면 보가 있다. 이곳도 흙으로 축조된 20m 길이의 왼쪽 제방이 폭우를 견뎌내지 못하고 사라졌다. 주민들은 보의 설계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물의 흐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 오른쪽이 더 하류 방향으로 비스듬히 시설하면 이번에 무너진 왼쪽 제방으로 물이 쏠리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주민은 "설계자가 친환경적으로 하겠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하지만 물 흐름을 너무 무시한 채 4대강 보의 축소판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남군은 무너진 제방은 콘크리트 구조물로 시설할 계획이었으나 예산부족으로 흙으로 쌓았다고 밝히고 있다.

월성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은 지난 2019년 시작돼 오는 8월 말 완공 예정이었다. 90억원(국비·지방비 각 50%)이 투입된 이번 사업은 콘크리트 호안블럭과 교량 7개 설치가 주요 내용이다. 이번 물폭탄은 이 사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서 터진 것이다.

조금 더 내려가면 강진과 걸쳐있는 사내호를 제외하면 북일에서 최대 규모의 저수지인 신월지가 나온다. 이곳의 수문이 제기능을 못하면서 물길이 막혀 피해를 더 키웠다는 주장이다. 쓰레기가 물에 휩쓸려 함께 떠내려오면서 수문이 역할을 못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날도 저수지 둑으로 물이 계속 넘쳐나고 있었다.

바다로 물을 내보내는 신월 제2배수장도 6개의 갑문 가운데 2개가 이번 폭우에 열리지 않는 등 관리 부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복합적인 요인이 겹치면서 제방이 무너지고 월성천 범람으로 이어지면서 농작물이 큰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주민 윤모(월성리) 씨는 "막대한 예산을 들인 정비사업이 물의 흐름을 파악해 최적의 설계를 하지 않은 채 이뤄져 피해를 키웠다"면서 "이번 폭우로 여러 문제점이 한꺼번에 터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남군 관계자는 "이번 정비사업은 80년 빈도(80년 만에 한 번 내릴 가능성)의 폭우에 대비해 설계됐으나 이틀간 200년 빈도의 강수량을 기록했다"며 "재난상황을 종합적으로 진단해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