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장마가 시작되는가 싶더니 해남에 역대급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지난 5~6일 이틀간 북일에 600㎜가 넘는 비가 내렸고 현산 528㎜, 화산 491㎜, 삼산 481㎜ 등 대부분 지역에 300㎜가 넘는 장대비가 쏟아졌다. 북일은 시간당 110㎜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집중호우를 기록했다.

단시간에 쏟아진 물폭탄에 피해도 엄청나게 발생하고 있다. 대흥사 계곡 인근에 위치한 주택에는 새벽에 급류가 들이닥치면서 대피하던 60대 여성이 숨지는 인명피해가 났다. 곳곳에서 많은 이재민도 발생했다. 60곳이 넘는 주택이 침수되고 수천 ha의 농경지도 물에 잠겼다. 수확을 앞둔 비닐하우스의 농작물이 토사에 매몰되고 축사와 제방 붕괴, 도로 유실 등 피해 규모를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이다. 북일에서는 해수 관문이 강제 폐쇄되면서 물이 빠지지 않아 벼논의 피해를 키웠다는 얘기도 있다. 예산이 제때 확보되지 않아 관문 개방과 펌프장 설치가 지연됐다는 것이다.

수마가 할퀸 현장을 응급복구하는 게 급선무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번 피해 현황을 신속하게 파악해 복구작업에 모든 자원을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모내기를 한 지 얼마 안된 벼는 물에 잠기면 성장이 제대로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병해충에 노출되어 있다. 시기를 놓치면 올 한해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 침수 피해를 입은 축사도 가축 전염병이 우려되어 하루 빨리 방역에 나서야 한다. 하늘만 원망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민관이 힘을 합쳐 피해 복구에 온힘을 쏟아야 한다.

물폭탄을 싣고온 이번 장마가 얼마나 오래갈지, 또 어떻게 진행될지 예단하기 어렵다. 또다시 물폭탄을 쏟아내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지난해 역대 최장의 장마나 7월에 찾아온 이번 늦은 장마는 이전의 장마와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인간이 자초한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의 한 형태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물폭탄은 언제든지 되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젠 예전처럼 되풀이되는 땜질식 복구는 소용이 없다. 지난해 장마철에 섬진강이 범람해 곡성과 구례에 엄청난 수해가 발생한 것은 아직도 생생하다. 앞으로는 물폭탄이 됐든, 폭염이나 혹한이 됐든,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최악의 기상상황이 끊임없이 찾아올 것이다. 이를 대비하는 자세로 항구적인 복구와 대비에 나서야 한다. 

흔히 자연재해는 사람이 피할 수 없다고 한다. 다만 그게 재앙이 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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