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의 미래는 청년들에게 달려있다. 인구 유출과 고령화로 지역소멸 위기를 맞고 있는 해남은 '청년이 머무는 희망의 도시'가 되어야 한다. 현재 각 분야에서 자신들의 꿈과 희망을 키우고 있는 청년들을 만나보며 해남의 미래를 들여다본다.

 

 
 

"젊고 희망찬 농촌 만들기 앞장"

■ 황산 청년농부 김도일 씨

황산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김도일(32) 씨는 농사가 직업이요, 삶이다. 

대학을 옮겨 다니고 농협에서 잠시 직장생활을 했지만 고향인 해남에 정착해 살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는 농군인 해남 특성상 농사에 승부를 걸겠다는 신념으로 농사를 시작했다. 농사지을 땅도 없고, 농기계 조작도, 농사 방법도 아무것도 몰랐던 그는 아버지와 주위 도움으로 하나하나 시행착오를 이겨내며 자신의 꿈을 그려나갔다. 

7년 전 1만5000㎡(4540평)로 시작한 농사는  13배가 넘는 20ha(6만600평)에 이르고 있다. 우리밀과 벼, 쌀보리를 생산하며 함께 잘 사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2017년에는 가온누리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대표도 맡고 있다. 스마트한 농촌을 위해 해남군 청년드론연구회도 만들어 드론 공동방제와 함께 또 다른 소득원도 만들어 가고 있다.

김도일 씨는 "청년들이 농사를 지으며 해남에 정착하려면 지자체와 지역사회의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청년들이 난관에 부딪혀 주저앉거나 다시 해남을 떠나지 않도록 선배 청년농부로서 멘토 역할을 해나가며 서로 돕고 어울리는 해남 농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일하는 기쁨 함께 나눌 것"

■ 중국집 만리장성 박성철 씨

최근 해남읍 5일시장에 만리장성이라는 중국집을 내고 새로운 출발에 나선 박성철(31) 씨. 

해남에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이후 경기도 성남 등에서 생활한 박 씨는 고1 때 중국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홀 서빙이나 청소부터 시작했지만 바쁠 때는 주방장이 시키는 대로 재료 손질도 하고 음식 만드는 보조역할을 하기도 했는데 어깨너머로 배운 요리는 주방장이 되는 토대가 됐고 지금은 어엿한 중국집 사장이다. 

가족들과 친구들이 해남에서 생활하고 있고 자신도 고향인 해남에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에 결혼한 뒤 해남으로 내려와 중국집 창업을 하게 됐다.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힘들어 우선 아내와 이모 등 가족들이 함께 나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박성철 씨는 "돈 걱정 없이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고향에서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며 새로운 기쁨을 찾은 만큼 중국요리나 중국집 운영을 배우고 함께 일하며 그 기쁨을 나누고 싶은 청년들이 있다면 언제든 환영한다"고 말했다.

 

 
 

"후배들 미래 찾아주는 게 꿈"

■ 맨체스터학원장 김두환 씨

해남읍에 있는 맨체스터학원. 좋은 시설과 강사진은 물론 학원 생활을 성실히 하거나 성적이 오른 학생에게는 상장과 장학금도 수여하고 있다. 서울 대치동 학원과 제휴를 통해 학원 시험도 같이 보고 성적도 공유한다.

김두환(30) 학원장은 영국 맨체스터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다. 한국에서 제일가는 수학강사를 꿈꿨지만 해남군 장학금으로 유학생활을 하며 고향에 대한 고마움이 컸고, 후배들이 시골학생이 아닌 다른 지역 학생들과 당당히 겨룰 수 있도록 길라잡이가 되고 싶다는 마음에 2년 전 고향으로 내려와 학원을 차렸다.

현재 학원생만 170여 명. 젊다는 장점을 활용해 소통하며 학생들이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워하고 가슴이 뛰는지 찾아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가슴 뛰는 것을 찾았을 때 공부는 그것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것이 그의 교육철학이다.

김두환 씨는 "학생들이 뭘 잘하는지 찾게 해주고 이룰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학생 시절 고향의 도움을 받은 것처럼 후배들을 위해 장학금 혜택을 늘려가고 더 좋은 교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역민의 백의천사로 남고파"

■ 해남군보건소 이주선 씨

이주선(32) 씨는 할머니가 파킨슨 병을 앓다 돌아가시자 간호사를 꿈꿨다. 대학 졸업 후 꿈을 이뤄 간호사가 됐고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4년여를 생활했다. 부모님과 떨어져 타향에서 홀로 지내야 하는 생활은 쉽지 않았다. 시험을 치러 당당히 3년 전에 해남군보건소 간호사(보건직 공무원)가 됐고 그렇게 해남 생활이 다시 시작됐다. 

이주선 씨는 코로나19 시국이다 보니 보건소 서무 일은 물론 선별진료소, 예방접종센터를 지키고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격리장소로 함께 이동하는 업무 등을 맡고 있다. 

'나는 왜 백신을 안 주냐'는 등 갖가지 민원이 쏟아지고 화를 내는 민원인도 있지만 긍정적인 사고와 웃는 얼굴, 배려하는 마음으로 이겨낸다. 보건소를 찾은 어르신들은 그런 주선 씨를 바라보며 '우리집 며느리 삼고 싶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주선 씨는 "해남에 정착해 여기서 결혼도 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며 "어서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부모님과 여행도 떠나고 우리 모두 바라는 예전의 일상생활로 돌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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